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꼽히는 흑사병(페스트)이 중국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에 공포가 퍼지고 있다. 흑사병은 근대 이후 사라진 병으로 알려졌지만 현대에도 발생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으며 여전히 치명적이다.
13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아프리카 대륙과 이란,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서 매년 2000건 이상 흑사병 발생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페스트균에 감염된 설치류 발견 사례가 없어 흑사병 청정국에 속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 동북부, 몽골, 중앙아시아(러시아) 등에서도 균을 가진 동물이 발견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실제로 인민일보에 따르면, 지난 3일 중국 베이징 보건당국은 네이멍(내몽고)구 시린궈러멍 출신의 흑사병 환자 2명의 존재를 확인했다. 수년간 중국 보건당국의 모니터링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페스트균이 등장한 것이다. 보건당국은 현재 환자들을 격리했으며 전염을 막기 위한 조치를 마쳤다고 밝혔지만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몽골 서북부 바얀올기 지역에서 대형 설치류 ‘마못’의 생고기와 간을 먹은 한 커플이 페스트균에 감염돼 흑사병으로 사망했다. 몽골 현지인들은 민간요법으로 마못의 생간이 정력 강화 등에 좋다고 믿으며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118명이 6일간 격리 조치됐다.
현대 들어 가장 잘 알려진 흑사병 발병 사례국은 동아프리카의 섬나라 마다카스카르다. 지난 2017년 마다가스카르에서 2417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209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2012년에도 256건의 흑사병 발병 사례가 보고됐고 60명이 사망했다.
흑사병은 14세기 중반 등장한 이래 300여년간 중세 유럽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당시 유럽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2500만~6000만명이 이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라시아 대륙 전체로 확대하면 최소 7500만~2억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본다.
흑사병은 페스트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염병이다. 숙주 동물인 쥐, 다람쥐 등 설치류에 기생하는 벼룩을 매개체로 사람에게 전파된다. 드물게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서 튀어나오는 균이나 분비물, 배설물에 의해 타인에게 전염되는 경우도 있다. 1~7일 잠복기를 거친 뒤 고열, 심한 두통, 의식불명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전신에 파종성 응고를 유발하며 결국 검은색의 괴사를 일으켜 살이 검은빛으로 변하게 된다. ‘검은 죽음(Black Death)’이라 불리는 이유다.
19세기 말 루이스 파스퇴르가 흑사병의 발병 원인과 치료법을 찾아내기 전까지 사망률이 100%에 달해 악명을 떨쳤다. 위생 상태가 개선되고 항생제 치료 기술이 발전한 현대에는 발생 빈도가 현저히 줄었지만 치사율은 30~60%로 여전히 높다.
박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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