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4℃ 오르면 2008년 금융위기의 3~4배 피해
글로벌 은행 화석연료 에너지 신규 투자 멈춰
국내 은행들은 화석연료 에너지에 23조원 투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후변화 회의가 열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국제연합(UN)에 공식 통보한 직후라 이목이 집중됐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FRB) 총재의 발언이 시작되자 회의장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 데일리 총재는 “오늘은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주에서 85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1만4000여가구를 집어삼킨 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라며 “기후변화가 얼마나 큰 사회·경제적 비용을 야기하는지 통화정책 관점에서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 산림청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산불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덥고 건조한 기후가 나무를 시들게 만들었고, 마른 나무에 불이 쉽게 옮겨붙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당시 산불로 보험사에 청구된 보험금만 114억 달러(약 13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기후변화가 한 나라의 통화정책을 흔드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른바 ‘녹색금리’의 시대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서라도 기후변화에 따른 민간의 피해 복구자금을 책임져 줘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권도 천문학적 ‘비용 폭탄’을 피하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국내 은행들은 감소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화석연료 에너지 사업 투자에 미련을 못 버린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회의에서 “기후변화가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자연재해로 대규모 보험료가 발생하거나 전력 공급이 중단됐을 경우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을 감안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국가 재난’ 수준으로 커졌다. 연준 회의에서 인용된 논문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기온이 지금보다 2도 이상 오르면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손실률은 향후 80년간 14%까지 올라간다. 세계 패권국인 미국의 경제성장률에 따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지구 기온이 4℃ 오르면 향후 80년간 23조 달러(약 2경6700조원)의 경제적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발생한 경제적 비용의 3~4배에 달하는 수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미국 연준 뿐만 아니다. 글로벌 은행들도 미래의 ‘비용 폭탄’을 피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 친환경 단체 레인포레스트네트워크에 따르면 2015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30여개 글로벌 은행들이 석탄에너지 관련 신규투자를 중단했다.
기후변화 잠재적인 위험성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스턴 커먼자산운용사는 글로벌 은행 33개를 분석했더니 지난해 화석연료에너지 사업 투자 규모가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녹색채권 규모보다 9000억 달러(약 1050조원) 더 많았다. 심지어 녹색채권 규모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 규모였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엔 “아직도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한국은 어떨까.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운동가는 12일 “국내 은행들의 화석연료에너지 투자 규모는 약 23조원으로 아직도 녹색채권 발행 규모를 압도한다”고 꼬집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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