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승전이 끝난 뒤, 승리팀의 한국인 미드라이너가 마이크를 잡았다. 유창한 중국어로 ‘셰셰(谢谢)’를 외치며 만리타국에서 자신들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지난해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 날의 이야기이면서, 오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펀플러스 피닉스(중국)가 세계 정상에 섰다.
펀플러스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아코르 호텔 아레나에서 열린 ‘2019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 G2 e스포츠(유럽)를 세트스코어 3대 0으로 완파,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인빅터스 게이밍(IG, 중국)이 가져온 ‘소환사의 컵’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중국의 대회 2연패. 올해 롤드컵은 지난해 대회와 여러모로 닮아있다. 첫 번째 공통점은 한국인 상체 라이너들의 선전이다. 올해 펀플러스는 한국인 탑라이너 ‘김군’ 김한샘, 미드라이너 ‘도인비’ 김태상의 활약에 힘입어 세계 정상에 섰다. 특히 김태상은 올해 팀의 두뇌이자 에이스였다. ‘도인비 매직’이라는 유행어를 만들 만큼 이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 IG도 비슷한 전략으로 롤드컵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때 IG는 한국인 ‘더샤이’ 강승록과 ‘듀크’ 이호성을 탑라이너로, ‘루키’ 송의진을 미드라이너로 기용해 중국에 첫 롤드컵 우승을 안겼다. 당시 IG는 강승록과 송의진의 무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의 강호들을 모조리 찍어눌렀다.

지난해 송의진은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롤드컵 우승을 확정한 직후 능숙한 중국어로 소감을 밝혀 화제가 됐다. 우승 세리머니 후 진행된 기자단 인터뷰에선 한중 통역사 역할도 도맡았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법한, 프로다운 태도였다.
2019년의 김태상도 마찬가지였다. 김태상은 ‘2019 LoL 리프트 라이벌즈’ 당시 서울 한복판에서 ‘LPL 자요우(加油)’를 외쳤을 만큼 자신이 속한 리그에 대한 소속감이 남다른 선수다. 이날 펀플러스가 우승한 뒤 스테이지에는 한영 통역사가 아닌 중영 통역사가 올라왔다. 김태상은 유창한 중국어로 우승 소감을 밝혔고, 박수 갈채를 받았다.
롤드컵 결승전이 젊은 중국인 정글러의 등용문이 된 것도 어딘가 익숙하다. 펀플러스의 ‘티안’ 가오 텐량이 1부 리그에 본격 데뷔한 건 지난해다. 만 19세의 젊은 정글러는 생애 첫 롤드컵에서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대회 기간 내내 환상적인 갱킹을 선보인 그는 결승전 최우수선수(MVP) 선정으로 가치를 입증했다.
‘티안’의 이번 결승전 활약은 지난해 ‘닝’ 가오 전닝이 만 20세의 나이로 롤드컵 결승전 MVP를 따냈던 것을 상기시킨다. 그때 ‘닝’도 전투적인 플레이로 강승록과 송의진을 보필했다. 그는 롤드컵을 기점으로 만개했고, 올해 스프링 시즌까지 세계 정상급 정글러로 군림했다.
한편 유럽은 2년 연속 결승 무대에서 0대 3 완패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에는 프나틱이 한국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IG에 무릎을 꿇었던 바 있다. 더불어 ‘캡스’ 라스무스 빈테르는 2년 연속 롤드컵 결승 무대에서 중국 팀 때문에 고배를 마신 비운의 선수가 됐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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