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결승에 왔다. 좋았지만, 3년 전 우승을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박령우의 자신감은 과거에까지 닿아있었다. 우승을 차지한 순간에도 3년 전의 아쉬움을 떠올릴 정도다. 그는 앞으로도 자신이 최고의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박령우는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 글로벌 파이널’ 결승전에서 요나 소탈라(Serral)를 격파한 리카르도 로미티(Reynor)를 4대 1로 제압하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다음날(2일) 진행된 미디어 인터뷰에서 박령우는 “올해 제가 정말 열심히 했지만 탈락하면 열심히 하지 않은 선수가 된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승에서도 담담하게 16강 하듯이 했는데, 막상 우승을 하니깐 확 쏟아지더라. 평소 포커 페이스인데, 어제는 좀 달랐다”고 밝혔다.
박령우는 “사실 어제는 ‘세랄’과 붙고 싶었다. 올해 열심히 준비한 만큼 어제 쏟아 붓는다는 생각이었다. 결승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까지는 잘한다고 생각하는 저그가 많았는데, 지금은 없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그는 “당연히 지금 저그가 (밸런스상) 좋다. 개인적인 불만이 있었던 건, 저그가 암울할 때도 저는 잘했다. 밸런스가 어떻든 잘할 자신이 있다. ‘종족빨로 이겼다’는 게 있어서 좀 아쉽다”고 말했다.
3세트에서 보인 변칙 전략에 대해서는 “(경기 당시) 제가 앉은 자리에서 ‘레이너’가 보였다. 1, 2세트를 하면서 멘탈이 무너진 것 같은 제스처가 보였다. 3세트에서 전략이 통하면 무조건 우승이라는 생각을 했다. 제가 실수를 좀 해서 막혀서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박령우는 “(레이너는) 앞으로 괴물 같이 성장할 것 같다. ‘세랄’은 멘탈이 튼튼한 부분이 있는데 ‘레이너’는 흔들리는 게 보였기 때문에 상대하기 쉬웠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앞선 ‘레이너’와 ‘세랄’의 준결승 대결에 대해선 “‘레이너’가 좀 더 잘한 것 같다”면서 “스타일의 상성이 있는 것 같다. ‘세랄’ 같은 단단한 플레이를 저는 어려워하는데, ‘레이너’는 쉬워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령우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국내에서 열린 16강으로 꼽았다. ‘한국 랭킹 1위’라는 부담이 심했기 때문이다. 그는 “8강부터는 마음 편하게 했다. 별 생각이 없던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한 최근 서양권 선수의 두드러지는 활약에 대해 “예전에 비해 해외 선수들의 실력이 늘고 열심히 하는 걸로 안다. 확실히 더 이기기 어려워졌다”면서도 “저그들이 특이하게 잘한다고 생각하고, 테란이나 프로토스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령우는 “블리자드가 올해 초까지 밸런스를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선수들에게 많이 물어봤는데 하반기에는 그런 게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저그가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이어 “밸런스 피드백을 하면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또한 “예전보다 대회가 많이 줄었다. 항상 ‘망한다’는 얘기가 많았지만, 꾸준히 대회가 열리고 있고 많은 분들이 힘써 주시고 있다. 저 역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우승 상금이 억대인 대회를 모두 우승한 선수는 없다. 저는 다 상위권에 가본만큼 다 우승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령우는 스타크래프트2 AI인 ‘알파스타’와도 꼭 붙고 싶다고 했다. 그는 “보통 RTS에서 사람들은 기계적인 플레이를 추구하는데, 그걸 깨부수는 게 재밌다. 제가 전략을 많이 쓰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전략이 ‘알파스타’한테도 통할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을 하니 연락이 많이 오더라. 그래서 사람이 성공해야 한다고 하는가 싶다”면서 웃었다. 아울러 3년 전 결승전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변현우를 언급하며 ”빨리 전역해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제가 이렇게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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