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역 대학 10곳 중 9곳 이상이 기숙사비를 현금으로만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들은 신용카드 수수료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회를 선도해야 할 대학이 학생들의 편의는 뒷전으로 하고 ‘현금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31일 10월 대학정보공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일보가 이 중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기숙사비 납부제도 현황을 살펴본 결과 전국 196개 4년제 대학 및 교육대가 운영하는 225곳 기숙사(직영·민자·공공) 중 카드 납부가 가능한 곳은 43개(16%)에 불과했다. 현금으로만 지불해야 하는 기숙사는 212곳(83.1%)에 달했다. 더 나아가 현금으로만 일시 납부해야 하는 기숙사는 164곳(64.3%)이었다.
서울 지역은 더 심각했다. 서울 지역 34개 학교가 운영하는 기숙사 53곳 중 무려 49곳(92.4%)이 현금 납부였다. 신용카드 지불이 가능한 기숙사는 단 4곳(7.6%)에 그쳤다.
현금만 받는 학교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등 주요대학 대부분 포함됐다. 전국 거점 국공립대 12곳 중 신용카드 사용을 할 수 없는 학교는 서울대와 경북대 단 두 곳뿐이었다.
이런 대학의 현금 선호는 학생들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평균 월 기숙사비는 2인실 기준으로 19만2000원이다. 월 60만원 이상인 학교도 4곳이나 됐다. 한 학기 4개월치인 80~240만원은 학생과 학부모가 현금 일시불로 내기에는 무시 못 할 금액이다.
각 대학이 카드 사용을 꺼리는 것은 수수료 때문이다. 카드를 사용할 경우 카드회사로부터 보통 1.5%의 수수료를 떼야 한다. 서울대 관계자는 “카드로 받으려면 카드기를 설치해야 하고, 신용카드사 수수료까지 비용이 나가게 된다”며 “예산 증액이 안되다 보니 신용카드를 받게되면 기숙사비로 카드 리더기 등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동네 작은 마트나 포장마차에서도 카드를 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 큰 문제는 각 대학이 현금으로만 기숙사비를 받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강제적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015년 7월 학생이 2~4회 내에서 분납 횟수를 선택해 현금과 신용카드로 모두 납부 할 수 있도록 한 ‘대학 기숙사비 납부 방식 개선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에 불과해 강제성이 없다. 현재 국회에선 이를 바로잡기 위해 기숙사비를 현금 또는 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두 건이 계류 중이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공시에 따르면 일반대학 및 교육대학 196곳에서 올해 2학기 강좌 수는 작년 2학기(29만5886개)보다 5815개 줄어든 29만71개로 파악됐다. 또 학생 수가 20명 이하인 소규모 강좌 비율도 39.9%로 작년 2학기(41.2%)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 7월 각 대학이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1학기에 강사 7800명을 해고한 여파로 풀이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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