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인 조슈아 웡(黃之鋒·22)이 다음 달 24일 실시되는 구의원 선거 입후보 자격을 박탈당해 출마할 수 없게 됐다. 그가 출마자격을 얻지 못하는 배경에 친중파 의원들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친중파 음모론’이 제기되면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29일 조슈아 웡에게 11월 구의원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통지서를 보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매체들이 전했다.
선관위 측은 조슈아 웡이 홍콩 헌법인 ‘기본법’에 대한 지지와 홍콩 정부에 대한 충성 의사가 없는 것으로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후보 자격 박탈 이유를 제시했다.
홍콩 선관위는 ‘홍콩 독립’ 등을 주장하는 후보에게는 의회인 입법회 선거나 구의회 선거 출마 자격을 주지 않고 있다. ‘홍콩 독립’ 주장이 기본법에 규정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에 어긋난다는 이유다.
홍콩은 1997년 주권 반환 후 50년간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하되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는 일국양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데, ‘홍콩 독립’은 중국의 주권 자체를 부정한다는 것이다.
홍콩 선관위가 소속 정당의 강령을 문제 삼아 후보 자격을 박탈한 사례는 2016년 이후 10건에 달한다. 지난해 1월 선관위는 데모시스토당의 강령 ‘민주자결’이 일국양제에 어긋난다며 당원인 아그네스 차우의 피선거권을 박탈했다.
조슈아 웡은 최근 선관위에 서신을 보내 “나와 데모시스토당은 ‘민주자결’ 강령을 통해 홍콩 독립을 정치적 대안으로 주장하거나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선관위는 그에게 후보 자격을 주지 않았다.
조슈아 웡은 2014년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 동안 시위를 벌였던 ‘우산 혁명’의 주역이었다. 당시 그는 겨우 17세였다.
조슈아 웡의 피선거권이 박탈되자 일각에서는 친중파 진영이 압력을 선관위에 넣었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 명성을 가진 그가 출마하면 선거 판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한 친중파 진영이 배후에서 손을 썼다는 것이다.
실제 ’민주자결’을 주장한 에디 추를 비롯해 1000여 명의 모든 출마자에게 후보 자격이 주어졌지만, 조슈아 웡만 출마를 금지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관위에서 조슈아 웡의 후보 자격 심사를 맡고 있었던 도로시 마 주임이 24일 갑자기 ‘무기한 병가’를 내면서 담당자가 바뀌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빈과일보는 마 주임이 조슈아 웡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칼잡이’를 거부하자, 홍콩 정부가 ‘무기한 병가’를 명목으로 그를 교체했다는 소문을 전했다.
새로 조슈아 웡의 후보 자격 심사를 맡게 된 로라 량 주임도 ‘가족 살해’ 협박에 시달리며 경찰의 안전가옥에 머무르고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범민주 진영은 조슈아 웡이 출마를 선언했던 ‘사우스 호라이즌 웨스트’ 선거구에 민주인사 케빈 람을 미리 후보로 등록시켰다. 그는 친중파 정당 신진당의 주디 찬 의원과 맞붙는다.
11월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는 18개 구에서 452명의 구의원을 선출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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