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서 전면 철수 고집했던 트럼프, “유전지대 위험할 수 있다”는 참모 조언 수용
AP통신 “시리아 주변 안보상황 재편됐는데, 트럼프는 유전에만 집중”
러시아 국방부 “유전지대 미군 배치는 국제적인 강도질” 맹비난
미국이 26일(현지시간) 시리아 동부지역의 유전지대에 미군 수백 명을 증강 배치시키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에 나섰을 때 동지였던 쿠르드족을 버렸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시리아 철군을 결정했으나 결국 석유를 위해 시리아에 되돌아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AP통신은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미군 철수로 힘의 공백이 발생한 틈을 타 러시아와 터키가 안보 역할을 재편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전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북부를 떠난 미군 병력이 시리아 동부 유전지대 데이르 알조르 지역에 도착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미군 당국자는 “이 지역에 배치되는 미군은 IS나 다른 위협세력들에게 유전지대가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유전지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참모들의 조언을 받아들였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성조기를 단 미군 차량들이 시리아 유전지대로 줄지어 향하는 사진을 게재했다. 대부분의 군용 차량들은 지뢰 폭파를 견딜 수 있는 장갑차이며, 일부 민간 트럭이 포함됐다. 탱크나 브래들리 전투장갑차는 아직 시리아로 이동하지 않았으나 이들도 가까운 시일 안에 배치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미군 당국자는 “안전 문제로 인해 배치되는 병력의 상세 내용이나 시간표 등에 대해선 밝히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리아 유전지대 보호를 위해 배치되는 미군 병력은 수백 명 규모로 보인다. 미군 당국자는 “통상 800∼1000명인 대대(大隊) 규모의 이하가 시리아로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가 민간인들과 동맹 쿠르드족을 위험에 빠뜨리고 적국들을 이롭게 할 것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석유의 중요성을 깨닫고는 시리아 동부 주둔을 수용했다.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결정에 거부감이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유전지대에 관심이 있는 점을 활용해 시리아 전면 철수 고집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미군 당국자는 이 과정을 “아기에게 약을 줄 때 요거트나 사과 소스에 섞어 주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요거트를 미끼로 약을 먹이듯이, 석유를 통해 전면 철군을 막았다는 설명이다.
미군이 보호할 데이르 알조르 지역의 유전은 상대적으로 적고, 낮은 수준의 석유가 매장돼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이 지역을 장악했던 군사집단이 시리아나 터키 정부, 또는 쿠르드 민병대가 주축이 된 시리아민주군(SDF)에 석유를 판매하면서 수입을 마련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방장관 회의 뒤 “IS가 시리아 동부 유전지대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당 지역에 미군 병력과 장갑차를 더 남겨둘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석유는 안전하다”면서 “우리의 장병들은 시리아를 떠났으며 다른 지역을 거쳐 집으로 오고 있다”고 기뻐했다. 또 “지난 20년 동안 중동에 대해 오판한 바보 같은 전문가들이 우리가 이번 합의로 인해 무엇을 얻었느냐고 물을 때, 나는 석유라고 간단히 말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장병들이 집으로 오고 있다”면서 “IS 문제도 안전해졌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 정책의 무게중심이 IS와 이란 억제에서 석유로 전환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이 병력을 배치해 시리아 동부의 유전을 장악하는 것은 단순히 말해 국제적인 강도질”이라고 맹비난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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