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을 향해 두 정상의 친분을 내세워 올해를 넘겨보려 하는 것은 망상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게다가 북한은 이 메시지를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대미 협상에서 제외됐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통해 내놔 이목이 쏠린다.
김 부위원장은 27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자기 대통령과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과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내세워 시간 끌기를 하면서 이해 말을 무난히 넘겨보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미국이 우리의 인내심과 아량을 오판하면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더욱 발광적으로 매달리고 있다”고 한 김 부위원장은 “얼마 전 유엔총회 제7차 회의 1위원회 회의에서 미국 대표는 우리의 자위적 국방력 강화조치를 걸고 들면서 미조 대화에 눈을 감고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느니, 북조선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야 한다느니 하는 자극적인 망발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들에 유엔 제재결의 이행을 집요하게 강박하고 있으며 추종 국가들을 내세워 유엔총회에서 반(反)공화국 결의안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각방으로 책동하고 있다”고 한 김 부위원장은 “미 전략사령관 지명자가 최근 의회 상원에서 북한을 ‘불량배국가’로 헐뜯었으며 미국 군부가 북한을 겨냥한 핵 타격훈련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의 소리(VOA) 보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리는 찰스 리처드 미 전략사령관 지명자가 24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청문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현재 배치된 지상발사요격미사일(GBI) 규모가 북한과 같은 불량 국가들의 잠재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하다고 보냐”는 질문에 “불량 국가들의 제한된 위협으로 미국을 방어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제반 상황은 미국이 셈법 전환과 관련한 우리의 요구에 부응하기는커녕 이전보다 더 교활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우리를 고립 압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 김 부위원장은 “북미관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친분관계 덕분이지만 모든 것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 부 위원장은 “조미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라며 “조미관계에서는 그 어떤 실제적인 진전이 이룩된 것이 없으며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는 교전 관계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 부위원장은 “나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벗도 없다는 외교적 명구가 영원한 적은 있어도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격언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한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이하 아태평화위)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조직으로 북한이 미국 등 미수교국, 남한과 관계개선에 활용해온 창구다. 김 부위원장은 통전부장으로 아태평화위 위원장을 겸임해 오다 두 직책 모두 장금철(현 통전부장)에게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부위원장이 통전부장 자리를 넘겨준 뒤에도 아태평화위 위원장 자리는 유지되고 있다는 설이 나돌았다. 이번 담화를 통해 김 부위원장의 직책 유지설이 사실로 확인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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