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총학생회 선거 시즌이 돌아온 가운데 서울대의 ‘총학생회 규정’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학생회 임원이 되려면 평균 C학점 이상의 성적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사상이 건전해야 한다는 조건을 나열하고 있어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는 이달 초 제62대 총학생회 선관위를 구성하고 예비 후보를 접수하는 등 선거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학생 자치의 대표 기구인 총학생회는 축제나 학내 시설 사용 등을 두고 대학 당국과 협력하지만, 총학생회장 선출과 구체적인 학생회 운영은 학생들의 독립적인 영역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서울대는 ‘학생회 및 학생단체지도 규정’에서 총학생회장 등 학생단체 임원의 자격 요건을 나열하고 있다. 해당 규정을 들여다보면 서울대 학생회 임원은 ‘품행이 방정’하고 ‘사상이 건전’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성적은 평균 C학점 이상이어야 하고, 유기정학 이상 징계나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으면 결격사유가 된다.
이 규정은 “(학생회 임원으로) 재임 중 결격사유가 발생했을 때는 그 자격을 상실한다”고 명시해뒀다.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된 후에도 평균 학점이 C 이하로 떨어지거나 ‘사상이 불건전하다’고 판단되는 행동을 한다면 해당 규정을 근거로 학교가 총학생회장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해당 규정이 시대착오적이라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2016년 첫 출마 당시 해당 규정의 개정·페기를 공약했던 도정근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 임원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자치의 영역”이라며 “사상 등을 자격 요건으로 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시대착오적인 규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업성적은 학생자치 활동의 대표성이나 역량을 판단하는 데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학생회 간부가 학교 정책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징계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유기정학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임원 자격을 상실한다는 규정은 학생 자치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총학생회 선거에는 대학 본부의 일방적인 시흥캠퍼스 추진에 항의하며 2017년 서울대 행정관을 점거해 무기정학 징계를 받았던 학생이 출마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학생이 당선되지는 않아 규정이 실제로 적용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사실상 사문화한 조항으로, 실제 적용이 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학생 관련 규정 개정은 민감한 사안이라 쉽게 바꾸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학생회 임원 자격으로 ‘건전한 사상’을 규정하는 것은 다소 문제가 될 수 있어 보인다”며 “학생회에서 요청이 오면 개정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총학생회 관련 규정을 둘러싼 대학가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5년 성신여대에서는 총학생회 선거에 단독 출마한 후보가 전체학기 평균 성적이 C를 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학교 측이 후보 자격을 인정하지 않아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지난해 성신여대는 논란이 됐던 성적 기준을 학칙에서 삭제하고, 정규학기 재학생 중 유기정학 이상의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자격 기준만 남겼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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