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통보에 앙심을 품고 전 연인의 방에 불을 질러 불구를 만든 태국 남성이 17년 만에 붙잡혔다.
방콕포스트 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태국 경찰 범죄진압국은 깜론 쏨야삐딱(39)을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그는 2002년 6월 나콘시탐마랏주 므앙에 위치한 학교 기숙사 방에서 당시 20세였던 와나 스리야파이를 폭행했다. 이후 불을 지르고 현금 4500바트와 2만 바트 상당의 금장식을 훔쳐 달아났다.
와나는 이날 화제로 오른쪽 팔과 다리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의사소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와 정신 모두 타격을 입었다. 그는 사고 이후 6개월 동안 사경을 헤맸지만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와나는 의식을 되찾자마자 깜론을 가해자로 지목했다. 경찰은 그가 현장을 빠져나가는 CCTV영상과 목격자를 확보했다.
깜론은 경찰에 곧장 체포됐다. 하지만 담당 형사의 사직 등으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에 대한 별다른 수사가 진행되지도 않았는데도 구금 기간이 끝나 깜론은 유유히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때부터 와나의 어머니 꼴리요(63)는 자신의 딸을 불구로 만든 깜론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에게 합당한 죗값을 물어달라는 진정을 관련 기관 여러 곳에 냈다.
최근까지도 꼴리요는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공소시효를 3년 앞두고 그는 다시 한 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지난달 꼴리요는 태국 경찰 범죄진압국을 찾아가 거듭 호소했다. 경찰은 그제야 재수사를 시작했다.
수사 결과 깜론은 휴대전화와 신분증 없이 은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주거지 없이 지인과 친척 집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는 결혼 해 슬하에 아들을 한 명 두고 있다.
경찰은 그가 현재 수판 부리주 농야사이 지역의 한 시장에서 친척과 함께 장사를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바로 현장으로 출동해 살인미수, 절도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7년 만이었다. 현재 그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꼴리요는 “딸에게 범인이 잡혔다고 말했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행복해했지만 딸은 여전히 말을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범인이 잡혀도) 내 딸은 남은 생 동안 이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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