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선진국들은 입원병상수가 1980년대 이후 줄어들고 있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병상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2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8회 인천미래포럼에서 정신장애인 출신 권오용 변호사(정신장애인권연대KAMI대표)는 “1990년대 중반에 약 3만개였던 국내 정신병원 병상이 2017년 현재 8만3000개에 달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권변호사는 ‘현대인의 정신건강 어떻게 할 것인가?-조현병 범죄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 토론회(좌장 정창교 국민일보인천지역본부장)의 기조발제를 통해 “진주의 방화·살인범 안인득이 68차례 조현병치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회에 20여개의 법안이 상정돼 오는 14일 토론에 참여해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신장애인이 범죄자와 동일시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행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정신병이기 때문에 범죄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전체 범죄자 200만명 중 정신질환자는 0.4%인 8300명이고, 일반인 범죄의 비중은 1.5%를 차지해 정신질환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사실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지역사회에 약 50만명의 정신질환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2017년 정신재활시설 이용자들의 수는 4240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국가예산이 지역사회의 정신장애인들에게 거의 집행되지 않고 있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변호사는 “(정신병원이 독점하고 있는 예산을)복지서비스개발, 고용 및 직업재활지원, 평생교육지원, 문화·예술·여가·체육활동 등 지원, 지역사회 거주·치료·재활 등 통합지원, 가족에 대한 정보제공과 교육 등 지역사회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쓰도록 예산을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 변호사는 또 “미국에 거주하는 조현병환자보다 약 30배가 긴 장기입원을 하는 대한민국 병원의 입원한 조현병환자의 사례에서 보듯이, 장기입원이 가져오는 당사자, 가족의 정신적, 그리고 당사자와 정부재정의 금전적 폐해가 과도하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의료기관들이 신속한 입원, 효과적인 집중 치료, 및 촘촘한 퇴원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촉진하는 의료보장제도(건강보험 및 의료급여)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처럼 정신장애인에 대한 심리상담을 정신과의사가 아닌 심리상담사들이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해햐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 변호사는 “20대 초반에 군대에서 정신병이 발병한 국민들 중 상당수가 만성질환으로 평생 시달리고 있다”며 “환자는 치료하게 하고, 범죄자는 처벌하는 적절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토론자로 나선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신장애인을 병원에만 두지 않고 지역사회에 참여하도록 마음으로 원하는지를 물어야할 때”라며 “누구나 장신장애인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국가예산의 대부분을 정신병원에 쓰는 것은 더이상 안된다”고 질타했다.
김성준 인천시의원은 “인천시민 중 4891명이 조현병 환자로 추정된다”며 “관련 조례도 없고, 전국 평균에도 못미치는 1인당 2400원 수준의 예산으로는 급증하는 요구를 제대로 수용할 수 없는만큼 사회통합서비스를 늘리는데 예산을 더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나경세 인천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길병원 정신의학전문의)는 “최적의 시기에 치료를 받으면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며 “탈원화 이후 노숙인 등으로 전락해 또다른 시설에 수용되는 현상을 감안해 당분간 국가주도로 이 문제에 대응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조성용 한일법률문제연구소장은 “조현병 환자에 대한 언론의 왜곡보도는 국민의 정신건강과 정신질환 문제를 악화시키고 정신질환자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국민 약 4명 중 1명이 평생에 한 번은 정신질환에 걸리고, 국민 8명 중에 1명이 1년에 한번 이상 정신질환에 걸린 적이 있다는 통계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만큼 강제입원이 아닌 다른 방식의 접근 방식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제18회 인천미래포럼(회장 홍순웅)은 국립인천대정책대학원 석사총동문회(회장 남상근·계양구 녹지과장)가 주최하고 인천미래포럼과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가 공동주관했다.
남상근 회장은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조현병 범죄를 중심으로 토론회를 연 것은 시민들의 안전한 삶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토론회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안전불감증 퇴지는 물론 행복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함께방송(대표 한금주 인천장애인정보화협회 회장)에서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동시 생중계로 유저들에게 전달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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