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에 ‘살려달라’ 소리만…” 얼굴 까매지도록 못 움직인 노인들

Է:2019-09-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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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요양병원 화재, 2명 사망 47명 부상

화재 현장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김포 풍무동 한 요양병원에서 24일 오전 9시3분쯤 발생한 화재는 2명의 사망자와 47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불이 나자 130여명의 노인이 입원해 있던 병원 안은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던 박경숙(70)씨는 “가스 소리가 ‘펑’하고 나더니 복도에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며 사고 상황을 회상했다. 당시 간병인들은 주변에 있는 휴지를 뽑아 환자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는 한 명씩 휠체어에 태워 대피시켰다. 박씨는 “병실에 계신 환자 모두가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차장 건물로 대피한 김포 요양원 환자들. 연합뉴스

박씨의 말처럼 대부분 스스로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던 환자들은 화재 사실을 알면서도 빠르게 대피할 방법이 없어 공포에 떨어야 했다. 최근 무릎 고관절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이던 지동심(79)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씨는 이날 구조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대피했다. 이후 지씨는 얼굴과 손이 새까매진 채 병원 이송을 기다렸다. 그는 “불이 난 것을 보고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기침이 났고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2층 규모다. 이중 요양병원은 지상 3층과 4층을 쓰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과 요양병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최초 발화 지점은 건물 4층 보일러실로 추정된다. 이곳 바로 옆에는 일반 병실들이 있고, 같은 층 가운데 지점에는 중환자실이 있다. 소방당국은 발화점과 병실이 가까워 화재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건물 다른 층을 방문한 시민들은 화재 당시 대피 안내방송 등이 없었다며 건물 관리인 측의 사고 대응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건물 지하 1층 피트니스센터 이용자 A씨는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깜깜해져 앞이 보이지 않았고 연기가 느껴졌다”며 “겨우 밖으로 나왔더니 건물 4층에서 불길이 치솟는 게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이 나면서 동시에 정전이 됐던 것 같은데, 관련 안내 방송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날 불은 발생 50여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입원 환자 B씨(90) 등 2명이 숨지고 다른 환자 47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 8명은 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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