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에도 취업준비생들은 귀향 행렬에 끼지 못했다. 주요 대기업들의 공채 서류 지원 마감이 추석 연휴 다음 날인 16일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류 지원 날짜가 16일까지인 대기업은 삼성, SK, KT, 포스코, 현대글로비스, LG전자, LG유플러스 등이다.

16일 서류 접수를 마감하는 한 대기업에 지원하는 A(서울 역삼동·26)씨는 “주요 기업들이 같은 날에 일제히 채용 공고를 내놓은 상태”라며 “어제 5개를 포함해 오늘까지 총 9개 원서를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A싸는 “보통 한 기업의 자소서를 쓰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이번에는 16일에 대기업들의 서류 지원 마감이 있어서 추석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 했다”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에는 공고가 이 정도로 뜨지 않았다”며 “그래서 상반기보단 좀 더 집중을 해서 많이 지원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올해 졸업을 앞둔 B(서울 잠실동·25)씨도 “16일 날 원서 마감을 하는 포스코, 삼성 등 대기업들의 원서를 쓰느라 고향에 못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취업 시장에 대해 “매우 어렵다”고 전망하면서 “구체적인 직무를 준비하고 경험을 쌓은 학생들은 본인이 원하는 기업은 아니더라도 원하는 직무로 취업을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한 대학교 커뮤니티에는 지난 13일 ‘문과 출신 대학생들을 기준으로 16일 마감인 기업들을 얼마나 지원하느냐’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 질문에 응답자 대부분이 5개 이상의 기업에 지원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대학교의 커뮤니티에는 추석을 앞두고 취직 못한 처지를 친척들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또 인·적성 검사 등 취업에서 요구되는 시험들을 준비하기 위해 집에 가지 않는다는 글도 있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11일 취업준비생 8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휴에도 취업 준비를 한다고 응답한 경우가 67.9%에 달했다.

젊은 직장인들 중에도 대기업 신규 채용에 응시하느라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장인 547명을 대상으로 잡코리아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꼴인 58.9%가 “추석 연휴에 이직 준비를 하겠다”고 답했다.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C(서울 노원구·24)씨는 이번 추석에 집을 내려가지 않은 이유로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중에 대기업을 지원하고 있어서 여유가 없다”며 “물론 집에서도 지원 준비는 할 수 있지만, 모두가 휴식을 취하는 자리에서 마음에 여유도 없어서 혼자 준비하는 게 더 편하다”고 답했다.
16일 마감되는 기업에 지원하지 않더라도 취업준비생들의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D(서울 화양동·24)씨 역시 이번 추석에 조부모를 뵈러 지방에 가지 않았다.
D씨는 “작년엔 상반기 하반기 둘 다 채용하던 회사가 한 번만 채용하거나 작년엔 많이 뽑던 기업이 올해는 대폭 줄어든 인원을 채용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길게는 내년 상반기가 공기업 취업을 향한 마지막 기회라고 보여 정말 열심히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공기업 K사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일반 공채 사무영업 일반 항목에서 135명을 모집했으나 올 상반기엔 같은 항목에서 20명만 뽑았다. 최근 하반기 공개 채용을 모집한 D사도 상반기에는 행정직에서 44명을 뽑았지만 하반기에는 23명 채용에 그쳤다.
김영철 인턴기자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