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 외국작가 타이틀매치…샌드백의 ‘실뜨기 조각’이냐 크뇌벨의 ‘알루미늄 회화’냐

Է:2019-09-1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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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와 리안갤러리 나란히 외국 유명작가 전시

서울 북촌과 서촌을 대표하는 두 화랑이 각각 세계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는 중요 작가들을 나란히 소개하며 가을 대전을 벌이고 있다.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에서는 미국 대표적인 조각가 가운데 한 명인 프레드 샌드백(1943∼2003)을 들고 나왔다. 샌드백 전시는 국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작가로 데뷔한 대학원 시절부터 말년의 대형 작품까지를 모두 조망하는 본격적인 개인전은 처음이다.
미국 조각가 프레드 샌드백은 아크릴 실을 사용한 건축적 작품으로 '실 조각가'로 불린다. 사진은 무제(조각적 연구, 7파트 건축). 갤러리현대 제공

샌드백은 한마디로 ‘실 조각가’다. 어릴 적 심심하면 친구와 하던 실뜨기를 생각해보자. 팽팽한 직선이 이리 저리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3차원 공간이야말로 샌드백이 구축한 경이로운 세계다. 지하 전시장에는 거대한 실뜨기를 연상시키는 작품이 걸렸다. 실의 색은 적청황흑백의 오방색이다. 이번 전시는 유족 측과 협의해 한국에 맞게 ‘오방색’을 주제로 택해 해당 색의 실과 고무를 활용한 조각과 드로잉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프레드 샌드백, '무제( 조각적 연구, 6파트 -직각 삼각형 건축).

작가는 화가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공간에 색색의 실을 수평과 수직, 또는 대각선으로 길게 설치해 이차원과 삼차원을 오가는 기하학적 형태의 실 조각을 탄생시켰다. 그렇게 그는 조각의 영역을 확장했다.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실이 주는 긴장감과 섬세함이 작품의 매력이다. 이를테면 선하나 팽팽하게 늘어뜨려 공중에서 바닥까지 ‘ㄴ’자로 반복 배치했을 뿐인데 공간 속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공간 사이로 들어갔다 나와도 되니 열린 공간이면서 닫힌 공간이다. 벽과 벽 사이, 벽과 바닥 사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실을 연결하는데, 멀리서 보면 평면적 회화로도 보인다.

작가는 초기에는 철사, 고무줄, 밧줄 등으로 다각형 조각을 제작했으나 점차 아크릴 실을 사용해 무한대로 확장하는 듯한 추상적 조각으로 나아갔다. 갤러리 측은 “샌드백의 실 조각은 공간 속에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든다. 관람객의 움직임과 공간의 구조에 따라 시시각각 자태를 바꾸는 가변적인 성질 때문에 관객에게 매우 복합적인 경험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26세 때인 1969년 독일 미술기획자 하랄트 제만이 기획한 기념비적인 전시 ‘태도가 형식이 될 때’전에 초청되기도 했다. 휴스턴현대미술관 디아비콘 등 주요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지만, 한국에서는 비교적 2000년대 알려지기 시작했다. 10월 6일까지.

종로구 자하문로 리안갤러리는 독일 추상화가 이미 크뇌벨(79)의 개인전 ‘다 큰 처녀와 친구들(Big Girl and Friends)'을 하고 있다.
독일 작가 이미 크뇌벨은 알루미늄 등 산업 재료를 캔버스 삼아 회화를 제작해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사진은 리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전경.

크뇌벨은 섬유판 등 전통적인 회화 제작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재료들을 활용하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90년대부터는 알루미늄을 캔버스처럼 사용했다. 알루미늄 프레임의 차가운 느낌과 회화의 따뜻한 느낌이 복합적으로 우러나는 효과를 거뒀다. 이번 전시는 2012년 이후의 근작을 보여준다. 과거 화면을 색면처럼 단정하게 붓질하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서는 초록 분홍 연두 등 파스텔 색조 계열의 색조가 밑칠한 다른 색채와 섞이거나 불협화음을 내는 등 붓질이 과감하게 드러난다. 색을 흡수하지 않는 알루미늄 재질의 특성으로 인해 물감의 물질감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는 화면이 매력적이다.
리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이미 크뇌벨 개인전 전시 전경. 최근들어서는 수직수평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서 나아가 비정형의 형상을 구사하고 있다. 리안갤러리 제공

수평과 수직이 균형 상태를 이루는 방식이나 명료한 색상에서 몬드리안이, 넓게 펴 바른 색면에서 바넷 뉴만이 연상 된다. 크뇌벨 스스로 20세기 초반 러시아 구축주의, 추상화의 탄생과 이론 정립에 이바지한 카지미르 말레비치, 피에트 몬드리안을 비롯해 스승이었던 개념미술작가 요셉 보이스, 색면 추상화가 바넷 뉴만 등 서양미술사 주요 거장들의 이론과 양식을 참조했다고 거리낌 없이 밝힌다. 서구 미술의 영향을 수용했음에도 끊임없이 독창성을 강조하는 것이 한국 화단 풍토를 돌아보면 예술 인생에 영감을 준 ‘선배 화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태도가 당당하다. 10월 31일까지.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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