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인도에 쓰러진 여성, 버스 세우고 달려간 기사

Է:2019-09-09 05:00
:2019-09-0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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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흥안운수 제공, 연합뉴스

평화로운 점심 대낮이었습니다. 시내버스 운전사 한경평(64)씨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도심 한복판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바로 이 다음 일어난 일입니다.

한씨의 버스는 지난 7일 오후 12시35분쯤 서울 노원구 중계동을 지나는 중이었습니다. 승객의 하차벨에 맞춰 한 정거장에 멈춰섰을 때입니다. 한씨는 근처 횡단보도 옆 인도에서 생소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조금 더 신경을 써 바라봤습니다. 이내 누군가가 길 위에 쓰러져 있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한씨가 버스 앞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내리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현장으로 내달렸습니다.

길 위에 쓰러져 있던 사람은 60대 여성 A씨였습니다. 한씨가 도착했을 당시 A씨는 의식불명 상태였습니다. 상황이 긴급하다는 걸 안 한씨는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옆에 있던 한 시민은 119에 신고를 했습니다.

한씨의 응급처치는 3분가량 이어졌습니다. 그 순간 A씨의 호흡이 느껴졌습니다. 머지않아 의식도 되찾았지요. 한씨는 A씨의 상태를 확인한 후 벌떡 일어나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되돌아갔습니다. 이어 목적지를 향해가던 버스 운행을 계속했습니다. 한씨가 자리를 떠난 뒤 119 구급대가 도착했고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이날 버스는 제때 출발하지 못한 채 한 곳에 멈춰 서있었습니다. 그러나 승객 중 그 누구도 불평불만을 털어놓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함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다 A씨의 의식이 깨어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겁니다. 실제로 한씨에게 “소중한 목숨을 구해주셨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승객도 있었습니다.

한씨는 쓰러진 A씨를 발견한 순간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한씨의 아내는 지난 3월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져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래서 더욱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고요. 그는 “아내가 숨진 후 다른 사람이 쓰러졌을 때 꼭 심폐소생술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회사에서 받은 심폐소생술 교육도 한몫했습니다. 한씨는 “한 달에 한번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하는데 그때 심폐소생술을 배운다”며 “언제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우리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또 한 명의 영웅을 봤습니다. 아는 것을 떠나 행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고 당사자가 그 누구건, 어떤 상황에 처해졌건 간에 한씨는 현장으로 내달렸을 겁니다. 버스 승객들이 자기 일이 아닌데도 꾸벅 인사를 남긴 이유도 이 때문이겠지요. 한 사람의 목숨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본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선물해 준 한씨에게 저 역시 감사를 전해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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