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50대 생활 시인, 7명 살리고 세상 떠나

Է:2019-09-05 16:30
:2019-09-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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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폐 간 신장 안구 등 모두 7명에게 장기 기증…숭고한 생명나눔

고 황옥수씨. 가족 및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평범한 주부이면서 생활 시인으로 살아오다 불의의 사고로 뇌사에 빠진 50대 여성이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고인이 기증한 심장과 폐, 간, 신장, 안구 등으로 모두 7명이 새 생명을 얻었다.

그가 4년 전 추석 명절에 남긴 시 ‘엄마 생각’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갑자기 세상을 떠난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에 따르면 뇌출혈(뇌지주막하출혈)로 뇌사 상태에 있던 고 황옥수(57)씨가 지난 4일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7명에게 장기를 나눠주고 숨졌다.

고인은 남편과 슬하에 1남1녀를 둔 여느 엄마들처럼 열심히 사는 주부였다. 아들, 딸 한 명씩을 뒀지만 오래 전, 안종양(눈암)으로 투병하던 둘째 아이를 네 살 되던 해에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아픈 기억이 있었다.
그때부터 남편과 함께 안구 기증은 물론, 장기 기증까지 하겠노라는 기증 희망서약을 했었다.

평소 혈압약을 복용하는 것 외에 건강했던 황씨는 지난달 26일 뇌지주막하출혈로 쓰러져 수술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에 빠졌다.
의사로부터 장기 기증 얘기를 듣고 고민하던 그녀의 남편(62)은 자녀들에게 엄마의 장기기증 의사를 밝혔다.

엄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던 자식들은 처음에 완강히 반대했다. 하지만 엄마와 가깝게 지내던 친척으로부터 엄마가 얼마나 기증을 원했었는지, 그 옛날 자신의 아이가 기증받지 못해 눈 수술을 못 받을 당시의 애타던 마음을 전해듣고 장기 기증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딸(35)은 “엄마가 꽃을 너무나 좋아하고 특히 작약꽃을 보면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생각나, 좋아하셨다”고 회상했다. 여섯살 외손녀를 너무나 예뻐했던 정많은 할머니이기도 했다. 남편도 “아내의 뜻이 새 생명을 받은 사람들에게 전해져 아내처럼 열정적인 삶을 살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고인이 평소 시 쓰기를 좋아했다며 고인이 4년 전 추석 명절에 지은 시 ‘엄마 생각’을 소개했다.

“만수국 무리지은 /골목길 따라/문지기 댑싸리님/반가히 마중하고… (중략)… 한가위 보름달에/소원 빌며 잠든 밤에/꿈 속에 엄마 얼굴/보름달 되어 오시더니/살포시 한줌 빛깔/고이 뿌려 주더이다.” (2015년 9월 28일. 친정집 앞 들녘에서)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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