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설가 위화 “독서는 거세게 일렁이는 물결”

Է:2019-09-03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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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푸른숲/ 404쪽/ 1만6800원


시작부터 근사하다. 작가는 독서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산해경’에 등장하는 전설의 새 만만(蠻蠻)을 끌어들인다. 만만은 눈도 하나, 날개도 하나여서 혼자서는 날 수 없으니 다른 만만과 짝을 이뤄야만 한다. 작가는 “텍스트와 독서 행위를 각각 만만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한다.

“둘이 의기투합하기 전까지 텍스트는 죽어 있고 독서는 공허하다. 텍스트의 만만이 독서의 만만을 찾고 독서의 만만 역시 텍스트의 만만을 찾아야만 두 마리 만만은 한 몸이 된 뒤 나란히 날개를 펼치며 날아오를 수 있다. …하강은 날개를 찾아 비상하기 위한 과정이다. 안심하시길. 만만은 땅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늘은 충분히 높고 상대를 찾는 만만은 하늘 가득 널려 있다.”

저토록 멋진 비유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주인공은 중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인 위화(59·사진)다.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에는 그의 예술 편력을 엿보게 만드는 30, 40대에 쓴 산문 20편과 인터뷰가 실려 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위화가 좋아한 문학과 음악에 관한 이야기다. 위화는 문학엔 없으나 음악엔 있는 것으로 화성(和聲)을 꼽으면서도, 독서에는 화성이 존재한다고 적었다. “독서는 겉으로만 조용해 보이지, 사실은 거세게 일렁이는 물결 같다. 이것이 바로 독서의 화성이다”

이름난 작가들을 향한 짤막한 논평도 인상적인데,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향한 평가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 작가의 작품에 새겨진, “가느다란 실로 연결해놓은 디테일”을 치켜세우면서 이렇게 말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서술 속 시선은 얼마나 치밀한지 물건의 무늬 하나도 놓치지 않는 듯하지만 동시에 아무데도 닿지 않는 듯해서, 나는 가까이 있는 듯도 하고 떨어져 있는 듯도 한 묘사가 감각의 방식에 속한다고 생각했다.”

위화가 일급의 소설가라는 점을 되새기게 만드는 산문집이다. 그가 작가로서 견지하는 작업 태도나 예술을 바라보는 방식 등을 엿볼 수 있다. 문학이 음악에 가닿은 지점을 살피는 작가의 사려 깊은 시선도 인상적이다. 위화의 팬이라면 책을 읽는 내내 간단없이 밑줄을 긋게 될 수도 있겠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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