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악의 나라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의 금융 대기업은 일본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악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BBC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불법 노동을 강요하고 임금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데다 집단따돌림을 일삼는 일본의 실태를 고발하고 나섰다.
일본 잡지 페이지(THE PAGE)는 최근 영국 HSBC 홀딩스가 지난 7월 발표한 ‘외국인이 일하고 싶은 나라’ 랭킹에서 일본은 최악 수준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조사 대상 33개국 중 32위였다. 꼴찌 브라질보다는 나았지만 인도네시아(31위) 남아프리카공화국(30위) 사우디아라비아(29위) 등보다 밀렸다. 외국인이 일하고 싶은 나라 1위는 스위스였다. 2~10위는 싱가포르 캐나다 스페인 뉴질랜드 호주 터키 독일 아랍에미리트 베트남 등이 선정됐다.
페이지는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외면당하고 있다”면서 “일본은 부자 나라라는 이미지 때문에 아시아를 중심으로 많은 외국인이 일본에서 취업을 희망했지만 일본 경제의 빈곤화로 일본 노동시장의 매력이 사라졌다. 또 외국인에게 문호를 개방해도 수준 높은 노동자는 오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이어 “HSBC의 조사는 기업 주재원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최악이라는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한다”면서 “이대로라면 베트남에서 이민을 받아들여야하는 게 아니라 일본인이 베트남으로 돈 벌러 가는 상황을 생각해야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페이지는 외국인이 일본을 기피하는 주된 이유로 저임금을 꼽았다. 또 교육 환경이 나쁘고 일본 사회가 외국인에게 배타적이라는 점도 들었다.
앞서 BBC는 지난달 25일 일본 기업들의 외국인 기능실습제도(Technical Intern Training Program) 악용 사례를 8분24초짜리 영상으로 제작해 보도했다.
영상에는 일본 기업들이 베트남과 중국, 캄보디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하고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실태가 담겨 있다.
중국여성 장은 새벽 6시 반부터 자정까지 6개월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의류공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녀는 초과수당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고된 노동으로 다리가 붓고 머리가 아파 밤새 눈물로 지새웠지만 일본 기업은 그녀를 온전한 노동자로 대접하지 않았다. 일본 기업은 최저임금에 준해 임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초과수당도 주고 있다고 둘러댔다.
방송은 이런 임금 착취가 횡행하는 데도 사람들은 일본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2017년 조사에서 외국인 기능실습제도를 활용하는 기업 중 70% 이상이 노동법을 어겼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일본인들의 외국인 혐오도 큰 문제다.
한 중국인 여성은 방송에서 기업 내 왕따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일본인 사장은 그녀를 ‘바보’라고 불렀고 일본인 직원들은 그녀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대신 직장 내 유일한 여성인 그녀 앞에서 더러운 농담을 주고 받았다. 그들은 그녀에게 “넌 중국인 인턴에 불과해. 내 지시를 따르기만해. 내 말에 대꾸하지 마”라고 얘기했다. 중국인 여성은 직장 내 따돌림에 시달린 끝에 3개월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러곤 다신 예전 일자리로 돌아가지 못했다.
일본 법무성 발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무려 157명의 외국인 기능실습생이 숨졌다. 그 중 17명은 자살했다.
BBC 페이스북에서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일본에 대한 존경심을 잃었다”거나 “일본은 외면하겠지만 일본은 이제 세계에서 미움 받는 블랙국가가 됐다”며 혀를 찼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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