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중국국가미술관에서 열린 ‘추사 김정희와 청조 문인의 대화’전이 지난 23일 끝났다.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주최로 열렸는데, 간송미술문화재단·과천시추사박물관, 개인 소장가 등 30여곳에서 87건 117점이 나왔다. 전시는 연말 서울에서도 열린다.

이 전시를 두고 원로 미술사학자인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이 최근 한 매체 기고를 통해 “추사 글씨의 핵심은 졸박청고(拙朴淸高)다. 그런데 ‘괴(怪)의 미학’이라는 해괴한 주제로 열렸다. 출품작의 90%를 차지한 해괴한 글씨들을 진품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대담무쌍한 국제적 사기극”이라며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강 원장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실장, 국립경주박물관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지냈다. 서예가 여초 김응현(1927∼2007) 문하에서 10여 년 글씨를 배웠다.

강 원장은 지난해 8월 문화재청의 보물 지정에서 탈락한 간송미술관 소장품 ‘계산무진(溪山無盡)과 ‘명선(茗禪)’까지 포함됐다며 개탄했다.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t서 “중국 전시를 직접 보지 못했지만, 지인이 찍어온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문화재위원회에서 탈락시킨 걸 국제 전시에 내놓은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위작이 대형 전시에 등장하면 진품으로 간주되곤 하는데, 전형적인 미술품 세탁방법”이라고 거들었다.

강 원장은 또 “기존에 보지 못한 추사 작품이 아주 많이 나왔다. 추사 글씨가 이렇게 많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 8월에도 언론 기고를 통해 “‘명선’을 포함해 간송미술관 소장 추사 글씨 70%가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등 추사 글씨 위작론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유희삼매(遊戱三昧)’ ‘사서루(賜書樓)’ ‘직심도량(直心道場)’ 등을 위작 사례로 특정했다.

예술의전당 측은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쳤다고 강조한다. 최완수 간송미술재단 상임이사, 이완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김규선 선문대 교수, 권창윤 서예가, 김양동 서예가, 김영복 옥션단 대표(고미술가), 우찬규 학고재 대표 등 7명이 심의에 참여했다.
심의위원들은 “실제 보지도 않고도 진위를 운운하는 것은 기본부터 안됐다”고 입을 모았다. 강 원장은 “잘된 위작은 실물을 봐야 하지만 엉터리 위작은 사진만 봐도 안다. 젊은 시절, 추사 글씨를 임서(보고 옮겨 씀)했기에 글씨를 보면 느낌이 온다”고 반박했다.

김영복 대표는 “(강 원장이)추사의 다양성을 모르는 것 같다. ‘괴’는 중국 양주팔괴(청나라 때 장쑤성 양주에 모인 8명의 개성파 화가)의 ‘괴’, 즉 전통을 바꿨다는 뜻이다. 추사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며 “그 조형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글씨가 ‘계산무진’”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재청 심의 결과도 틀렸다는 것이다. 진품 근거로 작품에 찍힌 조선 말기 대수장가인 김용진이 찍은 ‘김용진가진장(金容鎭家珍藏)’을 들었다. 계산무진은 김정희가 계산 김수근에 써준 것이라는데 김용진은 바로 김수근의 증손이라 수장 내력도 진품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우 대표도 김홍도의 ‘병진년 화첩’ 등 조선 시대 서화 명품에는 김용진의 수장인이 있다.”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사의 명작만 위작이라고 하니 그 안목과 식견은 어디에 기반을 두는지 모르겠다”며 “또 8년이 넘는 제주 유배 시절, 쓰고 또 썼으니 추사의 작품이 많을 수밖에 없다. 추사의 서예 작품 수가 적다는 가정부터 틀렸다”고 반박했다. 서예가 김양동 계명대 석좌교수는 “평생 써도 모르는게 글씨다. 보지 않고도 안다니 독단이 너무 심하다”면서 “그저 감상비판에 지나지 않는다. 부정하려면 서체를 비롯해 지질 먹 상태, 인장의 인니(인장의 색깔. 퇴변 정도)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제대로 과학적으로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원복 전 부산박물관장은 “안목은 높이 산다. 이런 식의 문제 제기 방식은 옳지 않다. 위작 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하므로 학술발표를 통해 정식으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말에 국내 전시를 할 때 학술대회를 열자. 그때 강우방 선생도 참여해 자신의 이론을 검증받으면 된다”고 제안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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