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는 지난 23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28)의 부정 입학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학생들은 집회에서 “정의는 어디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청년들의 요구에 과도한 정치적 색깔을 씌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 후보자 딸이 다녔던 고려대에선 학생 500여명이 모여 이번 입시 특혜 의혹을 명확히 해명할 것을 입학처 등에 촉구했다. 학생들은 “자유 정의 진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는 무얼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촛불을 상징하는 휴대전화 플래시를 흔들었다. 조 후보자의 모교인 서울대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학생들이 그의 장관 후보직 및 교수직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촛불을 든 학생들은 “자산이 수십억대에 이르는 교수의 자녀가 2학기 연속 전액 장학금을 받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이번 집회에서 두 학교는 모두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의 개입을 최소화하려 했다. 학생들은 집회 전 “재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집회”라고 강조했고, 당일에도 “정치 간섭 배제하고 진상에만 집중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일부 여권 인사들은 청년들의 외침에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고 비난했다. 변상욱(60) YTN 앵커는 조 후보자 딸의 의혹을 “저는 조국 같은 아버지가 없습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한 청년에 대해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수꼴(수구 꼴통)’ 마이크를 잡게 되지 않았을 수도”라고 비아냥댔다. 이에 대해 해당 청년은 “가재, 붕어, 개구리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맞받아쳤다.
지성용 신부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을 파헤칠 때 침묵하던 너희들이 촛불을 드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너희가 정의, 자유를 나불거릴 자격이 있냐”고 비난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조 후보자 딸이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에 대해 “미국에선 이를 ‘에세이’라고 한다”고 주장해 역풍을 맞았다.
일부 인사들이 이번 촛불집회를 정치적이라고 속단하는 모습에 대해 청년층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원 이모(27)씨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다. 그런데 이번 조 후보자 딸의 논란을 보고 보수든 진보든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 분노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오모(28)씨는 “보수 정부에게 했던 비판을 진보 정권에게 돌리니까 (범여권 인사들이) 반성보단 방어 논리만 펴려고 하는 행태가 실망스럽다”고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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