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 전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관련 자료를 은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애경은 가습기살균제 ‘가습기 메이트’의 판매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홍준서 판사는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증거인멸을 실행한 혐의로 기소된 양모 전 전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애경산업 현직 팀장인 이모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고 전 대표에 대해 “아랫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증거인멸을 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을 했다”며 “당사자들이 당시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을 구실 삼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상식에 반하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또 “우리 사회에 문제를 야기한 가습기 살균제의 생산·유통에서 형사 선고를 하고 범의를 판단할 증거가 인멸됐다”며 “실체 발견에 지장을 초래했으므로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범이라 해도 실행으로 행위에 상응하는 선고를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재수사한 이후 관련자들에 대해 사법적 판단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애경 관련자들은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던 2016년부터 최근까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자료를 숨기고 폐기한 혐의를 받았다.
애경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인 ‘가습기 메이트’의 판매사다. 검찰은 2016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을 꾸려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든 옥시, 롯데마트, 홈플러스 책임자들을 무더기 기소했다. 이들에게는 최고 징역 6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당시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애경산업을 비롯한 여러 제조·판매기업들에게는 법적 책임을 묻지 못했다. 이후 CMIT와 MIT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결과가 나왔고 환경부도 관련 연구자료를 제출해 검찰은 지난해말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8개월간의 수사 끝에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 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 등 34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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