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가 중단된 이후 작품 철회 의사를 밝힌 외국 작가 9명 중 8명의 전시가 20일 중단 또는 변경됐다. 타니아 부르겔라 등 2명은 전시실을 아예 폐쇄했고, 모니카 메이어 등 6명은 영상을 중단하거나 작품에 검은 색 쓰레기 봉투를 씌우는가 하면 관객들이 작성하는 카드를 찢어서 바닥에 뿌리는 등 전시를 바꾸는 방식으로 항의의 뜻을 드러냈다고 아사히 신문 등 일본 언론이 전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가 3일 중단된 이후 5일 박찬경·임민욱 작가가 가장 먼저 전시를 철회한 데 이어 지난 10일 미국 비영리 보도기관도 애니메이션 전시 철회를 결정하고 공간을 폐쇄했다. 이날 8명까지 참여하면서 아이치 트리엔날레 현대미술 부문의 20% 정도의 전시가 중단됐다. 아사히 신문은 “이런 전시 중단과 변경은 과거 어떤 예술제에서도 없었던 일”이라는 미술 관계자의 인터뷰를 전했다.
중단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 재개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19일 미술가 이구치 다이스케가 인터넷 서명 사이트를 통해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중지에 반대하고 재개를 요구하는 서명을 모아 이날 주최 측인 아이치현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지난 3일부터 16일까지 2만6665명이 서명했다.
이구치는 사이트를 통해 “기획전은 표현의 자유의 가시화로부터 태어난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서로 주고받는 논의의 장”이라면서 “결코 뚜껑을 덮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이구치는 서명서를 제출한 뒤 아이치현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바꾸면 전시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쓰다 다이스케 예술감독은 “관객과 아티스트, 직원, 자원봉사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긴급히 (전시 중단) 결정을 내렸다”면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가 재개되려면 안전 문제가 확보되어야 한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일본에서는 또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 중단 자체를 소재로 한 전시회가 18일 요코하마에서 개최했다. 일본의 아티스트 그룹 ‘SY프로젝트’는 평화의 소녀상 등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출품작 16점의 화상, 설명문, 표현의 부자유전 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의 전시 취지 등을 모은 도큐멘트 전시회를 요코하마 현민홀 갤러리에서 개최했다. 도큐멘트 전시는 최종 결과물을 비롯하여 작업 과정에서 수집되었던 자료와 도출된 이미지, 스토리 보드, 모형 등을 선보이는 형태다. 이번 전시에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오마주로 의자 위에 치마저고리가 전시되기도 했다.
SY프로젝트는 원래 이곳에서 다른 전시를 열고 있었지만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중단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급하게 이번 전시를 열었다. 예술가로서 위기감을 느낀 이들이 실행위에 연락을 취해 이번 전시를 성사시켰다. 이들은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중단은 자유로운 표현 공간을 빼앗은 폭력”이라고 항의했다. 이번 전시는 실행위의 도움을 얻어 급하게 하루 동안 열렸지만 SY프로젝트는 조만간 다른 지역에서도 개최할 계획이다.
SY프로젝트의 멤버 이시카와 라이타는 “예술은 수용자에 따라 견해가 달라지고, 그렇기 때문에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이번 도큐멘트 전시로 그런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의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주장과 보조금을 빌미로 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전시 중단 압력에 대해 “(예술에서) 자유로운 해석을 빼앗는 것으로, 테러 예비군을 지지하는 것과 같다. 검열이라고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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