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크로사’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폭염이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불볕 더위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무더위는 절기상 처서(23일)가 지나야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더운 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수칙은 물 마시기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물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은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똑똑한 물 마시기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몸은 약 60~70%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인체에 많은 물이 약간 줄어든다고 해서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 체내에서 수분이 1~2%만 손실돼도 심한 갈증과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5%의 수분 손실이 있을 경우 혼수 상태에 빠지며 12%를 잃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한번 몸에 들어간 물은 오줌이나 땀 등의 형태로 배출될 때까지 인체 내에서 순환하기 때문에 어떤 물을 어떻게 마시느냐가 건강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수분 섭취량은 여러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대개 성인 남성 기준 하루 8잔 가량(약 2ℓ)의 물을 마실 것을 권장하고 있다. 마시는 물의 온도는 체온보다 약간 낮은 20~25도(미지근한 정도)가 좋다.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는 15일 “요즘 같은 더운 여름철에는 땀 등으로 쉽게 수분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물을 더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여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흔히 감기에 걸렸을 때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물을 많이 마실 것을 권하는데, 이는 인체 세포에 수분이 부족하면 저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식중독, 급성 장염 등 설사의 원인이 되는 병에는 탈수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수분 섭취는 필수다. 변비 예방을 위해서도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신장(콩팥)이나 요도, 방광 등의 질환 예방에도 도움된다.
몸 속의 독소들이 배출되지 않고 몸에 흡수되면 두통, 피로, 만성질환 등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물은 우리 몸 속에 독소를 몸 밖으로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 또 몸 속의 발암 물질이 신체의 예민한 부위에 접촉하기 전에 제거돼 암의 발생 위험도 줄일 수 있다.
건강한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물은 필수 요소다. 나이들면 체내의 수분이 줄어드는데, 특히 30대 이상이 되면 땀샘과 기름샘의 기능이 떨어지고 피부의 표층도 얇아져서 피부 보습 기능이 약해져 푸석해지기 쉽다.
따라서 매일 충분한 물을 마셔 소모되는 수분을 보충해 주지 않으면 인체는 필요한 수분을 피부세포를 비롯한 체내의 세포들로부터 공급받게 돼 피부가 건조해지고 노화하게 된다.
물은 어떻게 마셔 주는 게 좋을까.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것보다 하루 종일 조금씩 자주 나눠 마시는 것이 좋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아침에 물을 마시면 밤새 표준 이하로 떨어진 체온을 회복해 주며 위와 장을 부드럽게 자극해 모든 소화기관이 활발하게 움직이게 한다.
직장에 출근해서는 모닝커피를 물 한잔으로 대신하고 점심식사 전에 한잔 더 마신다. 오한진 교수는 “식사하기 바로 전이나 후에 물을 마시면 위 속의 소화효소를 희석해 소화에 방해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라며 “식전이나 후에 상관없이 물을 마시고 싶을 땐 마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나른한 오후 커피 생각이 날 때 또 한잔 마시면 활기찬 오후를 보내는데 도움된다. 이어 저녁 식사 30분 전, 식사 1시간 후, 잠들기 전 각각 한잔씩 마시면 하루에 8잔을 마실 수 있다.
특히 잠들기 30분 전에 마셔주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 신체는 자면서도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잠자는 도중에는 최소한의 활동만 하지만 수분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며 뇌경색, 심근경색 위험도는 높아질 수 있다.
오 교수는 “날이 더우면 찬물을 찾게 되는데, 찬물을 갑자기 많이 마시면 장 건강이 나빠질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며 “아울러 한 번에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면 심장과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조금씩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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