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하고 시행세칙을 공개했다. 기존에 공개된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분야는 늘어나지 않았다. 수출기업에 3년 단위의 허가를 줘 해외에서 일본 제품 수입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특별일반포괄허가제도는 유지하기로 했다. 예상을 벗어난 추가 제재는 없었지만 기업들의 부담은 오는 28일 개정안 시행 뒤부터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7일 관보에서 “수출무역관리령의 일부를 개정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며, 개정안은 공포 후 21일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은 오는 28일부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다.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은 이날 오전 홈페이지를 통해 ‘포괄허가취급요령’을 공개했다. 포괄허가취급요령은 백색국가 제외 관련 하위 법령이다. 1100여개 전략물자 품목 가운데 어떤 품목을 개별허가로 돌릴지 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공개된 포괄허가취급요령에는 한국에 대해 개별허가만 가능한 수출품목이 따로 추가되지 않았다. 즉 기존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이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을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했다. 일본 정부가 이와 더불어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직접 타격을 받는 기업은 기존 반도체 업체들 외에 늘어나지는 않았다.
개별허가를 받게 되면 경제산업성은 90일 안에 수출신청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심사를 고의로 지연시킬 수도 있고 막판에 제출 서류 보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한국 기업을 괴롭힐 수도 있어 우려가 예상됐다.
공개된 시행세칙이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에 대해 산업부 당국자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한다는 큰 틀 안에서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본이 확전을 자제한 것으로 판단하긴 힘들다”면서 “세부내용을 면밀히 분석해봐야 하고 이후 일본이 어떤 추가 수출규제 조치를 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산업성은 또한 특별일반포괄허가제도는 유지하기로 했다.
특별일반포괄허가제도는 일본 정부가 수출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인정되는 일본 수출기업에 개별허가를 면제하고 3년 단위로 내주는 제도다. 일본의 전략물자 1194개 중 비민감품목 857개에 대해 수출기업이 일본 정부의 자율준수프로그램(CP·Compliance Program) 인증을 받으면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에 3년 단위의 포괄허가를 내준다. 이 허가를 받으면 개별 허가에 비해 일본 제품 수입 시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이 일본의 백색국가가 아닌데도 큰 생산 차질을 겪지 않은 것은 특별일반포괄허가제도 덕분이다.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에 포함됐을 때는 일본의 어떤 수출 기업이든 한국에 수출할 때 3년 단위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서 CP 인증을 받은 기업만 허가를 받게 됐다. 결국 한국 기업들의 수입 절차가 번거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날 한국 백색국가 제외를 계기로 앞으로는 수출 상대국 분류체계를 백색국가가 아닌 그룹 A, B, C, D로 나눠 통칭하기로 했다. 수출 신뢰도가 가장 높은 A그룹에는 기존 백색국가 26개국이, B그룹에는 한국을 비롯한 10∼20개국이 배정됐다. B그룹은 특별 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A그룹과 비교해 포괄허가 대상 품목이 적고 그 절차가 복잡하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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