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도심의 대표적 혐오시설인 상무소각장이 복합문화시설로 거듭난다. 폐산업시설 우수 활용사례로 꼽히는 경기 부천아트벙커 B39와 서울 마포 문화비축기지를 본 딴 문화재생 사업이다.
광주시는 “문화체육부가 주최하고 재단법인 지역문화진흥원이 주관한 ‘2019 유휴공간 문화재생 대상지 공모’에 상무소각장이 최종 선정 됐다”고 7일 밝혔다. 2016년 12월 소각시설이 가동을 중단한지 2년 7개월여 만이다.
문체부는 보존가치가 높은 유휴공간을 문화명소로 발굴, 활용하기 위해 전국 17개 광역단체와 226개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문화재생 사업 대상지를 공모했다.
그 결과 선정된 상무소각장은 지난 2000년 9월 713억여원을 들여 준공됐다. 하지만 인근 상무지구 아파트 주민들의 집단시위 등 거센 반대를 거쳐 2001년 12월에야 본격 가동됐다. 이후 하루 300t~400t의 쓰레기를 소각하던 이 시설은 악취와 매연으로 여전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가 광주 발전의 걸림돌이라는 이유로 2016년 12월 가동을 멈추고 지금까지 방치돼왔다.
시는 상무소각장을 관광명소로 육성하기 위해 최근 시의회와 민·관·전문가 합동워크숍을 가졌다.
합동워크숍에 참가한 주민 대표와 전문가들은 부천아트벙커 B39와 마포 상암 문화비축기지를 직접 견학하는 등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시는 지난해 4월 개관한 부천아트벙커 B39 역시 원래 소각장 건물로 꺼림칙한 혐의시설이 개보수를 통해 문화시설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명칭은 부천의 영어 이니셜 첫 글자 B와 쓰레기를 쌓아두던 저장고 높이 39m에서 이름을 따왔다. 석유를 비밀리에 비축하던 거대한 원형 탱크 6개를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공간으로 꾸민 상암 문화비축기지는 2017년 9월 개관 이후 서커스 공연과 도깨비 야시장 등으로 방문객이 해마다 증가 추세다.
문화비축기지는 1970년대 전쟁 등 국가적 유사시에 대비해 석유를 비축하던 옛 마포석유기지가 전신이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에 따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신축이 확정되자 폐쇄된 뒤 유휴지로 남아 있다가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문화비축지기에서는 오는 9일∼10일 실내탱크를 처음 야간개장해 영화를 상영하는 ‘달빛사이 탱크탐방’ 행사가 열린다.
광주시는 도심 중심부에 위치한 상무소각장을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문화명소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표시립도서관을 포함해 다양한 문화공간을 꾸민다는 기본계획을 손질하고 있다. 지저분한 생활쓰레기를 전담처리해온 소각장을 문화의 향기를 내뿜는 문화시설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도서관 건립 행정절차를 제외하고 뚜렷한 활용방안을 세우지 못한 상황이다. 논란이 거듭된 상무소각장 기금 60억여 원의 사용방안도 현재 불투명하다. 상무소각장 기금은 소각장 인근 주민들의 복리증진 차원에서 소각시설 반입 폐기물 수수료 10% 등을 따로 떼어 그동안 65억여 원을 적립한 예산이다.
시는 총 9088세대가 거주하는 주변 1.3㎢ 이내 아파트 14개 단지의 노후된 승강기 교체와 외벽도색, 지하주차장 보수 등에 기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신중히 추진 중이다. 시는 소각장 근접아파트 3곳과 비교적 거리가 먼 아파트 11곳의 기금분배 비율을 65대35로 하는 데 대한 원칙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독특한 건축구조를 간직한 상무소각장은 접근성도 뛰어나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랜드마크이자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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