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유착 비리의 주요 원인은 ‘제도상 허점’이라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놨다. 경찰은 “담당자가 단독으로 (수사)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재량의 폭이 넓고, 감독이 느슨한 점이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부패 경찰 등 ‘사람’이 아니라 제도 탓을 한 것이다.
이준형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은 5일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서울 경찰 반부패 대토론회’에서 유착 비리 근절 종합 대책 보고를 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담당관은 “제도상 허점이 유착 비리 기회를 제공했다”며 “담당자가 단독으로 (수사)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재량의 폭이 넓고, 감독이 느슨한 점이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이 담당관은 “수사 지휘·감독이 형식적이다 보니 비슷한 사안에서 일관적이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며 “인맥과 연줄을 통해 수사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조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착 비리 근절을 위해 ▲수사 단속 분야 반부패 시스템 강화 ▲예방 중심의 인적 유착 구조 쇄신 ▲시민 중심의 청렴 문화 정착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자체 분석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도 탓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사정당국 관계자는 “재량의 폭이 넓은 것이 왜 부패와 연결되느냐”며 “재량이 많으면 다 부패한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감독이 느슨한 것은 경찰이 내부 감찰을 제대로 하지 않고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현직과 전직 경찰들이 서로 유착하는 문화도 생긴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경찰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버닝썬 사태’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경찰이 자정 의지를 다지기 위해 마련했다. 경찰은 외부 의견을 듣겠다며 시민 40여명을 토론회에 초대했다. 그러나 경찰이 초대한 시민 대부분은 자율방범대 등 경찰 유관단체 소속이거나 유흥주점 업주 등 경찰의 관리 대상이었다고 한다. 실제 토론회에서 일부 시민들이 경찰을 변호하고 칭찬하는 등 토론회 취지와는 동떨어진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부 참석자는 “다들 왜 경찰 칭찬만 하느냐”며 “여기 오신 어르신들 대부분이 경찰 유관기관 소속”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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