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수색하고 있는데 함께 간 군견이 갑자기 보고 동작을 취했습니다. 조은누리양을 발견하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실종 열흘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조은누리(14)양을 최초 발견한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박상진 원사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박 원사는 2일 김재현 일병, 군견 ‘달관’과 함께 충북 보은군 회남면 신문리 일대 야산을 수색하고 있었다. 오후 2시35분쯤 달관이 갑자기 야산 중턱의 한 바위에서 보고 동작을 취했다. 앉은 자세를 뜻하는 보고 동작은 군견이 적이나 구조 대상자를 발견했을 때 핸들러(주인)에게 알리는 일종의 신호다.
박 원사는 “종일 수색을 해도 허탕 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달관이가 보고 동작을 해서 반신반의하면서 일대를 살펴봤다”며 “보고 동작을 한 곳에서 약 3m 떨어진 바위 구석에 조양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조양은 옷을 모두 입고 쭈그린 채 앉아 있었다”며 “가까이 다가가 ‘조은누리니?’라고 묻자 조양이 ‘네’하고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밝혔다.
박 원사는 즉시 군복을 벗어 조양에게 입힌 뒤 김 일병과 함께 조양을 번갈아 업으며 약 700m 길을 하산했다. 이어 구조요청을 받고 도착한 119구급대에게 인도했고 조양은 충북대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됐다.
앞서 조양은 2일 오후 2시40분쯤 무심천 발원지 위쪽 920m 지점에서 발견됐다. 이곳은 행정구역상 보은군 회인면 신무리산 35번지이며 야산 정상으로부터 100m 하산한 지점이다. 칡넝쿨 등이 우거져있어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험한 지형으로,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우거진 숲속이다.
경찰은 조양이 산에서 내려가던 중 길을 잃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장시간 길을 헤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양은 장기간 고립돼 있던 만큼 탈진과 탈수 증상을 보이긴 했으나, 외상 등 건강상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양은 지난달 23일 가족과 함께 청주 무심천으로 놀러갔다 실종됐다. 조양은 가족, 지인 10여명과 함께 등산로를 따라 무심천 발원지 쪽으로 500m쯤 이동하던 중 “벌레가 너무 많다”는 말을 남기고 하산했다. 이후 자취를 감춰 열흘간 행방이 묘연했다.
경찰은 실종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소방·군·행정기관 인력이 총동원되는 등 5700여명의 수색 인원이 투입됐다. 다만 조양의 이동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점을 미뤄 실종 지점 부근을 벗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야산 수색에 집중했었다.
조양은 지적장애 2급에 자폐 증세를 갖고 있다. 청주 모 중학교 2학년으로 특수학급에 재학 중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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