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논란을 재선 승부수로 띄우는 분위기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조사기관 퓨리서치 센터는 내년 미 대선의 백인 유권자 비율을 66.7%로 추산했다. 히스패닉(13.3%), 흑인(12.5%), 아시안계(4.7%)를 모두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노동자 표를 얻기 위해 분열적 언어로 인종차별 논란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올린 트위터 글에서 커밍스 의원과 민주당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부르며 역공을 가했다. 그는 “인종차별주의자 커밍스가 그의 지역구민들과 볼티모어를 돕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면 그가 수년 동안의 무능한 리더십으로 만들어놓은 엉망진창 상태를 고치는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커밍스가 지역구민들과 볼티모어에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인종차별이 전혀 아니다”며 “민주당은 팩트를 가지고 이길 수 없을 때에는 항상 인종차별 카드를 쓴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서 흑인 실업률은 미국 역사상 가장 낮다”면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와 커밍스가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라고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빈정댔다.
비판 여론은 폭발했다. 1837년 창간된 지역지 ‘볼티모어 선’은 ‘쥐 몇 마리 있는 것이 쥐가 되는 것보다 낫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쥐에 비유했다. 이번 사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커밍스 의원을 공격하면서 “볼티모어는 미국에서 최악”이라며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주장한 대목을 비튼 것이다.
볼티모어가 고향인 CNN방송의 흑인 앵커 빅터 블랙웰은 관련 뉴스를 전하다가 방송 도중 5초 동안 울먹이기도 했다. 블랙웰은 “나도 그곳에 살았고, 내가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그곳에 산다”면서 “그들도 미국인이다”라고 말했다. 역시 볼티모어 출신으로 흑인인 에이프릴 라이언 CNN 기자도 “잠시 기자의 모자는 벗어두고 말하겠다”면서 “볼티모어는 이 나라의 일부다. 내가 볼티모어고 우리 모두가 볼티모어다”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미국의 도시와 미국인을 공격하는 미국의 대통령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멕시코 국경 지역 상황에 대한 커밍스의 거짓말에 대항해 자신을 방어한 것일 뿐”이라며 “인종차별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미국 NBC방송은 자체 집계 결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개시를 지지한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이 104명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탄핵 절차를 밟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유색 여성 하원의원 4인방에 대해 트위터로 공격을 가한 이후 트럼프 참모들은 인종차별적인 메시지가 백인 노동자층 결집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내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인종차별 전략을 고수할 경우 중도 백인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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