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군(18)은 중학교 때 유튜브에 본인이 작곡한 음원을 올려 몇 백만원의 수익을 냈다. 그의 부모도 음악 쪽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방에 방음벽을 설치해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A군은 국영수 중심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방황했다. 음악 수업은 1주일에 고작 1시간이었고 자신이 원하던 수준도 아니었다. 예술고등학교로 전학 가는 걸 고려했지만 실용음악과의 학업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얘기에 포기했다. A군은 학교를 자퇴하고 지금은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해외대학 진학을 꿈꾸고 있다.
방학을 맞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선도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 이들은 ‘위기 청소년’ 또는 ‘불량아’가 아닌 경우가 많다. 입시 위주의 학교 수업이 자신과 맞지 않아 도중에 학교를 관둔 청소년이 꽤 있다. 질병으로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떠난 경우도 있다. 햇빛 알레르기를 앓던 B양은 병원 진단서까지 제출했는데 학교에서 계속 체육수업을 강요해 고2 때 학교를 나왔다.

29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초중고교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은 2015년 4만7000명, 2016년 4만7600명, 2017년 5만명 발생해 모두 40만여명에 이른다. 지난해 여가부가 학교 밖 청소년 32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학교를 그만 둔 이유를 묻는 질문에 39.4%가 ‘학교에 다니는 게 의미가 없어서’라고 답했다. 23.4%는 ‘원하는 것을 배우려고’라고 했고, 19.3%는 ‘학교 분위기가 나와 맞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한 청소년쉼터 관계자는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건 오히려 교육 현장일 때가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학교 밖에서 겪는 여러 차별에 상처받는다.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없다보니 일부 대학은 학교 밖 청소년이라 하면 3등급 이하로 성적을 매긴다. 수능 점수가 같아도 학교 밖 청소년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올림피아드와 같은 경시대회에선 참가자격을 고등학교 재학생으로 한정한다. 한국지구과학올림피아드는 아예 ‘학교장 추천을 받은 자’로 규정했다.

차별이 부당하다는 지적에 제도가 바뀐 경우도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매년 6월, 9월 시행하는 모의고사에 학교 밖 청소년이 응시하려면 고등학교 졸업과 같은 기준인 검정고시 합격증이 있어야 했는데 2006년부터는 검정고시 준비생도 치를 수 있도록 자격 기준을 변경했다. 영화관에서 학생요금을 적용받으려면 교복을 입거나 학생증을 내밀어야 했는데 이젠 청소년증으로도 가능하다.
오승근 명지전문대학 청소년교육복지과 교수는 “학교라는 공교육이 만족스러웠다면 아이들이 학교를 나갈 이유도 없고, 설령 나갔다 해도 최소한의 인권을 지켜줘야 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불이익을 감수하라는 건 매우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퇴 전 숙려기간에 아이 특성에 맞는 대안학교나 취업을 지원하는 꿈드림과 같이 학교 밖에서 이들을 돌봐줄 시설에 의무적으로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철경 청소년정책연구원 “지금의 공교육은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는 20%만 바라보고 있는 격이고 나머지 80%는 오히려 (학교 밖 청소년보다) 더 문제일 수 있다”며 “선택교육과정 등을 마련해 학생들이 학업 외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공교육 자체를 흔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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