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프로축구 선발진인 팀K리그와 이탈리아 유벤투스의 친선경기는 결국 6만5000여 관중의 야유를 받았다. 6골을 주고받은 경기의 내용은 값졌지만, 유벤투스는 지각으로 킥오프를 1시간 가까이 지연하고 간판으로 앞세웠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투입하지 않았다. 유벤투스 호날두는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까지 유니폼을 입지도 않았다.
팀K리그와 유벤투스는 26일 오후 8시57분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작된 친선경기에서 3대 3으로 비겼다. 당초 오후 8시로 약속됐던 킥오프 시간은 유벤투스 선수단의 지각으로 57분이나 지연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유벤투스 선수단이 교통체증으로 늦게 도착했다”고 설명했다. 낮부터 경기장 주변을 가득 채운 6만5000여 관중은 덥고 습한 날씨에 부채질로 땀을 말리며 1시간 가까이를 기다려야 했다.
전반전만 해도 관중은 호의적이었다. 결국 시작된 경기에서 호날두는 선발 출전하지 않았지만 전광판에 틈틈이 나타났고, 관중은 그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그라운드에서는 팬투표로 선발된 한국 프로축구 올스타 격인 팀K리그와 유벤투스가 빠른 공방을 전개하며 관중의 함성을 자아냈다.
선제골은 팀K리그의 몫이었다. 미드필더 오스마르(서울)는 전반 7분 하프라인을 넘어 빼앗은 공을 그대로 끌고 유벤투스 페널티박스 앞까지 질주한 뒤 왼발 슛으로 골문 왼쪽을 열었다. 공이 직선으로 빠르게 날아갈 만큼 오스마르의 슛은 강력했고 정확했다.
유벤투스는 곧 반격했다. 미드필더 시모네 무라토레는 2분 뒤 팀K리그 진영 페널티박스 앞 혼전에서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의 마지막 터치로 끝난 공격진 네 명의 패스워크를 넘겨받아 오른발 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유벤투스의 훈련된 짧은 패스가 빛나는 장면이었다.
두 팀은 그 이후부터 팽팽한 균형 속에서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 흐름을 팀K리그 공격수 세징야(대구)가 끊었다. 세징야는 유벤투스 페널티박스 안에서 오른발 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세징야는 곧 유벤투스 진영 한쪽에서 호날두 특유의 골 세리머니 동작을 따라했다. 전광판에 비춰진 호날두는 입가를 살짝 올리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주심은 시간을 끌지 않고 그대로 전반전을 끝냈다.
호날두는 후반전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팀K리그가 후반 4분 타가트(수원 삼성)의 추가골로 다시 앞서나갔지만, 유벤투스는 호날두를 투입하지 않았다. 전반전 내내 전광판에 호날두가 등장할 때마다 쏟아졌던 함성은 후반 15분부터 야유로 바뀌기 시작했다. 5분 뒤 전광판에 호날두가 다시 등장했을 때 터져나온 야유는 그 대상을 더 선명하게 지목하고 있었다. 후반 24분부터는 관중이 일제히 “호날두”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출전하라는 의미였다.
유벤투스는 후반 32분 블레즈 마튀디, 후반 35분 안드레아스 페레이라의 연속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유벤투스는 여유를 찾았지만, 호날두는 여전히 벤치에서 분홍·검은색 얼룩무늬 티셔츠 위에 교체 선수용 조끼를 입고 있었다. 후반 39분부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관중의 행렬이 생겼고, 4분 뒤부터는 관중석 한쪽에서 “메시”를 외치는 소리가 나왔다.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는 호날두의 경쟁자다. 전광판에 비춰진 호날두는 굳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관중은 가장 큰 야유를 퍼부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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