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간염의 날’이다.
간염은 말 그대로 간에 발생한 염증 때문에 간 기능이 떨어지는 질병이다. 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 D형, E형 등 5가지다. 바이러스가 발견된 순서대로 이름에 알파벳이 붙여졌다.
이 가운데 A, B, C형은 우리나라 간염 바이러스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B, C형 간염은 국내 암 사망 2위인 간암 발생 원인의 70~80%를 차지한다.
간염은 6개월 이내에 완전히 회복되는 급성 간염과 그 이상 염증이 지속되는 만성 간염으로 구분된다.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소화기내과 심재준 교수는 25일 “A형 간염 환자의 99%는 6개월 이내에 회복되는 급성 간염인데 반해 B, C형 간염은 대개 만성 간염으로 진행돼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킬 수 있다”며 “B, C형 간염은 뚜렷한 증상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A형 간염, 올해 상반기 작년 보다 6배 급증
최근 30~40대를 중심으로 발병률이 증가하는 A형 간염은 오염된 음식, 식수에 의해 전염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특히 올해 상반기 A형 간염 환자 수는 9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약 1500명) 보다 6배 증가했다.
감염자와 접촉하거나 손씻기 등 개인 위생이 취약하면 옮을 수 있다.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심주현 교수는 “특히 오염된 조개류나 해산물을 익히지 않고 섭취할 때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A형 간염은 약 4주 정도의 바이러스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나는데 발열, 오한, 심한 피로감 등의 감기 몸살과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성인의 경우 눈이 노래지는 황달이나 소변색이 짙어지기도 한다.
보통 어린이가 A형 간염에 걸리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성인의 경우 약 70% 이상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드물지만 심한 경우 간부전으로 인해 간 이식이 필요하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음식물 섭취를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식사 전후와 배변 후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음식물은 충분히 끓이거나 익혀서 먹어야 한다. 심주현 교수는 “85도 이상에서 1분만 끓여도 A형 간염 바이러스는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보건위생이 개선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태어난 세대들은 대부분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예방접종이 권고된다.
D형 간염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드물게 관찰되며 E형 간염은 동남아 지역에서 오염된 식수나 음식을 통해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심재준 교수는 “특히 E형 간염의 경우, 최근 국내에서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 고기를 제대로 익히지 않고 섭취한 후 감염된 사례가 관찰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C형간염, 간암의 주 원인
간암은 대부분 만성 간질환자에게 발생한다. 그 중 만성 B형 간염은 우리나라에서 간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그 비중은 약 75%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주로 출생 시 모체로부터 전염된다. 이 시기는 체내의 면역체계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제거되지 않으며 약 90% 정도가 만성화된다.
반면 성인의 경우에는 주로 오염된 바늘에 찔리거나 성접촉 등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다행히 성인에서의 만성화율은 5%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다만 A형 간염 바이러스처럼 음식물 섭취를 통해서는 전염되지 않는다.
심재준 교수는 “국내 B형 간염은 대부분 출생 당시에 감염되기 때문에 바이러스와 함께 지낸 기간이 매우 길다”라며 “간경화나 간암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 40세 부터는 일년에 적어도 두 번, 간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B형 간염의 경우 완치 수준으로 바이러스를 억제시킬 수 있는 경구(먹는) 약물이 활용되고 있다. 바이러스 증식에 관여하는 특정한 효소를 차단해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데, 하루에 한번씩 장기간 복용하면 간경화증과 간암 발병 위험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다만, 약물 치료를 중간에 중단하면 재발 위험과 드물지만 내성 바이러스가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C형 간염은 B형과 달리, 주로 성인기에 감염되며 약 60~70%의 감염자가 만성으로 진행된다.
전파 경로는 주로 혈액과 체액이다. 과거에는 수혈을 통해 전염됐지만 정밀한 혈청검사가 등장하면서 수혈을 통한 감염은 완전히 예방되고 있다. 일상 접촉으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심재준 교수는 “최근 문신이 상용화됨에 따라 C형 감염에 대한 위험성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며 “문신 외에 피어싱, 무허가 영양주사, 정맥 마약, 성접촉 등에 의해서도 옮을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형 간염은 경구 약제로 완치 가능하다. 기존 치료제인 인터페론과 비교해 경구 복용이 가능하고 몸살, 두통, 발진 등 부작용이 거의 없다. 치료 효과는 95% 이상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치료 기간도 기존의 6~12개월에서 2~3개월로 단축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