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 대표가 보셨다시피 일본은 공개적인 제안마저 타당한 이유를 대지 못하고 거절했다. 이는 떳떳하게 대화 테이블에 나와 자신의 행위를 설명할 수 없음을 증명한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 한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한국시간으로 25일 이사회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하며 각국 대표들에게 일본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수석대표로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은 후 우리가 가장 고심했던 것은 일본의 행동이 부당하다는 점을 일본의 행동으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운을 뗀 김 실장은 “구구절절한 설명이나 복잡한 법률용어를 써서 일본의 행위가 부당하다는 것을 아무리 쉽게 말로 풀어도 일반 국민이 그것을 즉석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어 “어떻게 하면 일본의 행위가 얼토당토않고 일본이 자기들의 행위에 대해 얼마나 자신이 없는 행위이며 우리나라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 지금 얼마나 비협조적인가를 일본의 행위로 입증하고자 했다”며 “첫 발언에 조치의 부당성과 자유무역체제를 위협하고 전체 글로벌 밸류체인에 유해가 된다는 점을 간략하게 언급한 뒤 이 문제를 우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고 했다.
“이 문제를 놓고 서로 반박하며 각자 국내 언론에 대해서만 떠들 것이 아니라 자신 있는 조치라면 (같은 위치에 있는) 두 사람이 제네바에 와 있으니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다”고 한 김 실장은 “그 제안을 체어맨(의장)을 통해 일본 대사관과 일본 대표에게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취해진 뒤 한국 정부가 조치의 근거가 무엇인지와 국장급 레벨의 협의를 여러 번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거절되거나 무시당해왔다”고 한 김 실장은 “요청을 평범하게 전달하면 일본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부인하거나 거절하거나 무시할 것이 확실시되니 일반이사회의 모든 회원국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의장을 통해 일본 대표에게 제안을 전달한다고 발언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자신의 발언이 끝나고 일본 측이 자신들이 준비한 입장을 발표한 뒤 오찬을 위해 정회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또 “2시간 동안 오찬이 진행된 뒤 속개된 이사회에서 의장은 또 다른 국가의 발언이 있는지 물었고 어느 나라도 발언권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의장이 논의를 중단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김 실장은 자신이 손을 들고 오전에 한 제안에 대해 회답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일본 측의 답을 요청했고 이에 일본 대사가 한국의 제안을 거절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일본 대사는 어떤 이유로 거절하는지 밝히지 않았으며 이 문제가 교역과 상관이 없고 WTO에서 논의될 것이 아니라는 주장만 반복했다고 했다. 이에 김 실장은 다시 발언권을 신청해 일본 대표의 저 행동이 지금까지 일본이 우리나라의 대화 요청에서 보여 왔던 기존의 행동과 전적으로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김 실장은 WTO 이사회에서 “세계 각국 대표가 보셨다시피 일본은 상대국 나라의 최고위 관료가 같은 업무를 보고 있는 관료에게 공개석상에서 제안한 논의마저 타당한 이유를 대지 못하고 거절했다”며 “이 행위는 일본은 자기가 행한 행위의 결과를 직시할 수도 없고 그 행위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도 없고 떳떳하게 대화의 테이블에 나와 자기의 행위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증명한다고 언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실장은 “발언 중 일본이 대화할 의사가 있으면 일본이 편한 어떤 시간이라도 우리는 면담에 응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며 “우리 제안이 일본 측에 받아들이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의 전략은 대화 요구를 계속 거부한 일본의 ‘민낯’을 전 세계에 드러나도록 유도한 셈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