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이 보석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사건 관계인들과 어떤 형태로든 접촉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지난 1월 24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로 영어의 몸이 된 지 179일 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22일 오후 5시 수감 중이던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신병 관계가 어떻게 됐든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을 직권으로 허가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부 결정 직후 변호인을 접견했고 상의 끝에 보석을 수용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보석 결정이 없더라도 다음 달 11일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될 예정이었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보석 보증금을 3억원으로 결정하면서 주거지를 경기 성남시 시흥동의 자택으로 제한했다. 주거를 변경하거나 3일 이상 여행·출국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미리 얻게 했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이 본인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들, 그들의 친족과 접촉하는 일을 금지했다. 만남은 물론 전화 서신 팩스 이메일 소셜미디어 등 어떤 방법으로도 연락을 주고받지 못하게 했다.
재판부는 지난 12일 공판 중 “피고인 신체의 자유를 회복시키더라도 공정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직권 보석 가능성을 언급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에 반가운 발언으로 들렸지만 법조계의 해석은 달랐다.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 기간을 채워 석방되면 아무런 제한이 없지만, 재판부가 보석 결정을 한다면 사건 관계인 만남 금지 등 조건을 부여할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전 대통령에 비해 ‘운신의 폭’이 넓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외출 자체가 제한됐고 관할 경찰서가 매일 보석 조건 준수 여부를 확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배우자, 직계혈족, 변호인이 아니면 만남과 연락이 금지됐었다. 보증금도 10억원이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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