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부승(사진) 일본 관서외국어대학교 교수가 “이념으로서 애국은 오히려 우리를 억압할 수 있다”며 “애국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목적, 대상, 애국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지난 21일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는 애국주의 열풍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장 교수의 글에는 ‘#비행기는만석’ ‘#이걸보고화나십니까’ ‘#내셔널리즘의공포’ ‘#마음의괴물’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사진 두 장이 게재됐다. 첫 번째 사진은 일본행 여객기에 탑승한 사람들로 꽉 찬 내부 풍경을 담고 있었다. 두 번째 사진은 탑승객들로 북적대는 공항 내부 상황이 담겨 있었다.
장 교수는 “일본으로 오는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며칠 전 인천으로 갈 때 탔던 비행기도 한국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며 “여러분들은 이 상황을 보시면서 ‘지금 시국이 어느 때인데? 가려던 관광도 취소해야지. 나라에 대한 기본적인 애국심도 없냐?’라는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비행기를 가득 메운 한국인 관광객들이 애국심이 결여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장 교수는 또 “우리가 주장하는 애국심의 대상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일본이라면 치를 떠는 분들을 가끔 실제로 본다. 그럴 때 제가 ‘일본 사람 실제로 만나보신 적 있냐’고 여쭤본다. 없다는 분들이 많다”라며 “일본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고, 가본 적도 없고, 나이를 봐도 일제 강점기 시대를 겪어 본 것 같지도 않은데, 일본에 대한 적개심에 치를 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둘째치고 우리나라 인구가 5100만이 넘는다. 당신은 몇 명을 실제로 만나봤나”라며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인구의 99.9%를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가 부르르 떠는 애국심의 대상은 무엇인가. 우리가 애착을 갖는 대상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장 교수는 자신의 질문을 “애국심과 민족주의에 대한 상대화”라고 소개하면서 “애국의 대상, 이유, 목적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한일관계가 좋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일차적으로 양국 정부의 관계”라며 “애국하는 마음은 좋다. 하지만 애국을 말할 때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지칭하고 있는지, 애국을 말하는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애국심이 나라와 겨레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긍정의 아이콘이 아니라 남을 비난하고, 강요하는 수단이 된다면, 그때 이미 애국심은 실체에서 이탈해 괴물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고 적었다.

장 교수는 “애국은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애국은 ‘애국’의 이름으로 남을 비난하고 강요하고, 갈등과 차별을 조장하는 ‘마음의 괴물’이 될 수 있다”며 “더욱 악질적인 경우 사람들은 ‘애국’의 이름으로 특정인에 대한 충성을 강요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애국’의 이름으로 편 가르기를 서슴지 않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며 “애국의 실체가 정말로 알고 싶다면, 그 사람들이 말하는 애국의 목적과 대상, 그리고 어떻게 애국을 하겠다는 것인지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막연한 이념으로서 애국은 언제든 우리를 억압하는 괴물로 타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의 글에 일부 네티즌들은 장 교수의 주장이 초점이 어긋난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한 네티즌은 “현재 일어나는 반일 분위기가 일본인들 개인을 향하지 않았다”라며 “본질은 일본의 반성 없는 자세”라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지금 판국에 ‘어떻게 지금 일본 맥주를 마시냐’라는 식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건 위험하다는 취지였다”라며 “밖으로는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나 억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 글을 썼다”고 부연했다.
박준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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