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수출 규제를 시행하자 국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반일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구로다 가쓰히로 일본 산케이 신문 전 서울지국장의 발언이 논란이다. 구로다 전 지국장은 30년 이상 한국에서 지낸 대표적인 극우 논객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구로다 전 지국장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제보복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며 “경제 문제가 아닌 과거사에 관한 문제가 원인이다.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경고성 메시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조치를 한다고 해서) 일본에 경제적 이익이 있는 게 아니다. 일본 기업도 수출이 줄어드니 손해”라며 “양쪽이 다 마이너스가 되는 건데 이런 경제보복은 없다”고 덧붙였다.
또 “일본에서도 경제보복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면서도 “과거 한일 간 협정 조약으로 해결됐고 노무현 정부 때 벌써 개인 보상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이번 판결에 의해 일본기업에 대한 재산 압류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건 아니다”라며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내부에서 해결해달라고 계속 요구해왔는데 전혀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뜻에서 도발적인 처방을 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교적 강경 메시지를 왜 경제를 이용해서 보내느냐. 세계무역기구(WTO)에 위배되는, 자유 무역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동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구로다 전 지국장은 “WTO 위반이라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철회 조치는 일본 정부 측에서 판단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에 대한 특별한 어떤 혜택이 있었는데 그걸 정상적인 절차로 하자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가장 문제의 발언은 그다음 나왔다. 구로다 전 지국장은 “1965년 이후 한국의 경제적 발전으로 이만큼 풍요로운 나라가 된 것에 대해서 일본 협력이 얼마나 기여했는지 정확히 좀 알려달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한국이 이만큼 살게 된 것이 당시 3억불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냐”고 되묻자 구로다 전 지국장은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한일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한일 간 협력 관계를 시작한 거다. 그 결과가 지금 한국 발전의 기초가 됐다는 것”이라며 “한국이 얼마나 가난한 나라였느냐. 국제적인 평가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일 국교 정상화에 의해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다른 나라들도 한국에 투자하고 협력하게 된 것”이라며 “마이너스만 얘기하지 말고 그런 효과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3억 불은 독립 축하금 개념이기 때문에 배상금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36년을 지배했는데 성의라고 보기에도 너무 적은 금액이다’라는 반박에도 구로다 전 지국장의 주장은 계속됐다.
그는 “지금 이제 와서 그렇게 느끼는 거지 그 당시 한국의 상황, 국제 환경을 생각할 때 일본에서 제공해 준 돈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했느냐를 생각해야 한다”며 “일본도 과거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협력해왔다. 기업들이 한국에 대해서 도와주자는 것들이 많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본제철의 포항제철 지원 사례를 예로 들었다.
또 “지금 젊은 세대, 한국 국민들은 과거를 모른다”며 “당시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 기업을 포함해서 한국에 대한 일본의 협조, 협력을 전혀 모른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김현정 앵커는 “(구로다 전 지국장의) 말씀이 상당히 불편하고 청취자들도 불편해하신다”며 “게다가 열심히 노력하는 한국 기업들에 상당히 모욕적이라는 생각까지 든다”며 인터뷰를 급히 마무리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