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씨는 2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제 함평경찰서 수사관으로부터 B건설사 전무 A씨(40)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피소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면서 “아직 조사를 받지 않았지만 나는 무차별 폭행 사건의 피해자다. 동영상 때문에 쌍방폭행의 억울함을 풀 수 있었는데 어떻게 내가 형사고소를 당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발칵 ‘함평 폭행’ … 피해자 “내가 형사처벌 대상?”
심씨는 지난 11일 낮 12시50분쯤 전남 함평군청 입구에서 1인 시위를 벌이다 A씨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심씨가 폭행당하는 장면은 1인 시위 현장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을 보면 빨간 바지를 입고 있던 A씨가 심씨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얼굴을 수차례 가격했다. 또 외국인을 사서 죽이겠다며 폭언을 퍼붓고 협박했다.
A씨는 함평군청으로 들어가는 경찰 승합차를 직접 세운 뒤 자신이 심씨와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 한 명이 승합차에서 내려 다가오자 A씨는 심씨의 손을 잡고 자신의 얼굴을 때리는 시늉을 했다. A씨의 폭행에 전의를 상실한 심씨는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네티즌들은 영상을 보며 A씨가 쌍방폭행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경찰에 따르면 B건설사는 친환경유기농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함평골프장 반대집회를 벌여왔다. 심씨는 B건설사의 반대집회가 지역 상권에 악영향을 미치고 소음이 발생돼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반대집회를 비판하는 1인 시위에 동참해왔다.
무차별 폭행도 충격적이었는데 경찰의 상식 밖 대응도 논란이 됐다.
심씨는 경찰이 폭행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은 멀뚱멀뚱 지켜만 보고 있었다”면서 “너무 무서웠는데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의 무차별 폭행과 경찰의 무성의한 대응을 담은 영상이 인터넷에 오르자 네티즌들이 분노했다.
‘방관 논란’ 함평경찰서 “조치는 취했다” 해명
경찰은 논란이 커지자 지난 13일 일부 사실이 잘못 알려졌다고 해명했다.
함평경찰서는 “당시 경찰차량은 교통사고 조사차량이었다”면서 “현장에 내린 경찰관은 112 신고 출동 여부를 확인하고 정보관에게 연락하려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폭행사건 전담 경찰이 아니어서 현장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함평경찰서는 “일부에서 경찰관이 현장을 방치했다거나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고 지적하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면서 “영상에서 핸드폰을 만지는 모습은 연락조치를 위해 취했던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네티즌들은 이 해명을 놓고 “교통조사관은 경찰이 아니라는 말이냐”면서 발끈했다.
함평경찰서는 “현장에 있던 경찰관(사복착용)이 경고나 제지 등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향후 재발 방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심씨는 A씨의 폭행으로 뇌진탕 2주, 치아 손상 4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심씨는 “가장 안타까운 건 아름다운 고장이자 나비로 유명한 제 고향 함평이 조폭의 고장, 무능력한 경찰의 고장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라고 한숨 쉬었다.
심씨는 아울러 일부 네티즌들이 영상 촬영을 기획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과 관련, “난 릴레이 1인 시위자 중 한 명에 불과했고 페이스북 동영상 중계가 의미있을 것 같아 카메라를 설치했을 뿐이다. 누가 나를 무차별 폭행한다는 걸 어떻게 알고 촬영하겠느냐”고 해명했다.
동영상 없는 다른 군민 “나도 똑같이 맞았는데 쌍방폭행, 억울”
심씨는 동영상이 있어서 쌍방폭행의 억울함을 겪진 않았지만 A씨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쌍방폭행으로 몰렸다는 다른 군민이 있다.
함평군 대동면에 거주하는 장모(52)씨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27일 밤 8시쯤 동네 친환경영농조합 사무실에 갔다가 A씨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당시 현장에서 B건설사 사장 C씨가 동네 선배에게 폭언을 해 제가 말렸는데 곁에 있던 A씨가 날 마구 때렸다”면서 “사무실에서 맞고 사무실 밖에서도 맞았다. 폭행 충격으로 2m 아래 논으로 굴러 떨어져 기절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기절했다가 깨어난 장씨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A씨는 이미 자리를 피한 뒤였다. 장씨는 이후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자신이 폭행 피의자가 돼 있었다고 호소했다.
장씨는 “경찰은 제가 A씨를 함께 때렸다고 했다”면서 “A씨는 덩치도 크고 험악해 우리 같은 보통사람은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다. 난 무서워서 A씨의 옷깃조차 만져보지 못했다”고 억울해 했다. 폭행당한지 한 달이나 지났지만 장씨는 허리와 엉덩이 통증으로 농사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함평경찰서 관계자는 장씨의 주장에 대해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에 따라 장씨와 A씨가 쌍방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장씨는 그러나 “B건설사와 조직폭력배가 무서운데 사람들이 날 두둔하겠느냐”며 “경찰이 내 말은 듣지 않고 B건설사에 유리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들 “건설사-조폭·경찰 유착 의혹, 끝까지 투쟁”
심씨와 장씨는 B건설사가 지역 이권을 차지하려고 조직폭력배 등을 동원하고 있으며 경찰과 유착한 의혹까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씨는 현재 함평읍내 광주은행 사거리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심씨는 “건설사는 조직폭력배를 고용해 폭력을 행사하고 가해자를 부추겨 날 고소했다”면서 “또 동영상이 없으면 쌍방폭행으로 몰고, 동영상이 있으면 명예훼손으로 몰아간다. 조직폭력배를 고용한 건설사, 그리고 건설사와 결탁한 토호세력의 유착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달라는 내용으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겁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7월2일 추가
‘함평 폭행’ 가해자인 A씨가 심씨를 상대로 동영상을 유포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기한 형사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경찰은 심씨가 해당 영상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촬영했을 뿐 A씨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영상을 퍼트린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에 따르면 전라남도는 함평군청이 B건설사에게 하청 준 각종 사업과 관련한 집중 감사를 진행중이다. 행정안전부와 감사원은 감사 결과가 나오면 사업 공정성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한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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