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희호 여사 빈소로 전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근조 화환이 보존화 작업을 거쳐 반영구 보관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친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통해 이 여사의 빈소에 조전과 조화를 보냈다. 조화는 흰색 국화꽃과 ‘고 리희호 녀사님을 추모하며’라는 문구가 적힌 검은색 리본으로 꾸며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와 함께 이 여사의 영전 바로 옆에 자리했다.
이 여사의 장례 절차는 지난 14일 국립서울현충원 추모식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김대중평화센터는 김 위원장이 보낸 조화의 의미와 상징성을 고려해 보존화 작업을 거쳐 보관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조화는 지난 13일 밤 김대중도서관으로 옮겨졌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김대중도서관으로 옮겨진 조화는 현재 수장고에 보관 중”이라며 “다음주 정도 회의를 통해 처리 방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 보낸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조화 역시 보존화 작업을 거쳐 김대중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조화가 특별관리되는 것은 남북관계의 상징성을 보여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측이 최고지도자의 면면에 유독 예민한 탓도 있다. 애도의 뜻으로 보내온 조화를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폐기하기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조화는 장례식이 끝난 뒤 폐기된다.
2003년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당시 북한 응원단과 선수단은 비바람과 먼지를 맞으며 장승과 나뭇가지 사이에 걸려 있던 김정일 전 위원장의 사진 현수막을 보고 항의했다. 경북 예천군 주민들이 북한 선수단을 환영하는 의미로 설치한 현수막이었다.
주민들은 현수막에 ‘북녘동포 여러분 환영합니다. 다음에는 남녘과 북녘이 하나돼 만납시다’라는 문구를 새겼지만, 북한 선수단은 “태양처럼 모셔야 할 장군님을 나무에 내걸었다”고 반발했다. 일부 응원단원은 “장군님의 얼굴이 비바람에 노출되는 곳에 걸려 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장군님의 사진을 둘 수 있느냐”며 대성통곡을 하기도 했다.
이희호 여사 장례위원회 관계자는 “2009년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김정일 위원장이 보낸 조화에서 꽃이라도 떨어지거나 훼손되면 북한이 반발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었고 영결식 전날 극비리에 경찰을 동원해 김대중도서관으로 옮겨 보존하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그런 수순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백승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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