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빈은 조선시대 최고의 악녀로 꼽힌다.
사극에는 장희빈이 왕후의 자리에서 쫓겨난 뒤 숙종이 내린 사약을 받지만 눈을 부라리며 거부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사약사발을 뒤엎고는 “나를 죽이려거든 세자와 함께 죽이라”고 앙탈을 부린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의금부 도사와 수하들이 강제로 입을 벌려 먹인 사약의 독성이 몸에 퍼지는 순간 피를 머금고 숨을 거둔다.
사약은 사람을 죽이는 사약(死藥)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임금이 하사한 약(賜藥)이라는 뜻이다.
비상, 천남성, 부자, 초오 등 독성 약초가 사약의 재료로 주로 사용됐다.
바로 그 사약 재료 중 ‘초오’를 끓여 먹은 70대 남성이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손발이 저리는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민간요법으로 믿고 독초를 끓여 마신게 화근이었다.
4일 새벽 0시 10분쯤 광주 서구의 한 주택에서 A(75)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이날 민간요법으로 복용하던 초오를 명탯국에 넣어 끓여 먹었다가 정신이 혼미해지자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응급실에서 치료 도중 의식을 잃고 숨졌다.
월남전 참전 고엽제 환자로 평소 손발이 저리는 증상에 시달려온 A씨는 평소 이따금 초오를 복용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인 초오(草烏)는 풍이나 관절염 치료를 위한 한약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경찰은 A씨가 오초를 끓여 복용했다는 부인의 진술과 주방에서 끓여먹다가 남은 초오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범죄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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