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화의 전통 재료 표현방식에 변화를 주며 현대 한국회화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 두 화가, 목원 김재선 작가와 이수빈 작가가 <길_Steps>라는 콜라보 테마전을 개최한다.
타이틀이자 테마인 <길_Steps>는 각각 흔적(흔적의 기억)과 발걸음(꿈꾸는 방랑자)이라는 주제를 독창적으로 표현해 온 두 작가들의 작품 모티브이자, 어떠한 가치와 방법론으로 해석했는지를 오는 5월 20일부터 6월 2일까지 개최될 스위스 취리히 Gallery SON’s와 5월 29일 개막할 부산 벡스코 아트페어에서 선보이는 독특한 전시회이다.
한국화의 현재를 상징하며 미래를 보여줄 두 작가의 시도가 한국 미술계의 호응을 넘어 해외에 진출할 값진 기회가 될 이번 전시회는 한지의 한국화가 보여줄 다양성이 상당한 경지에 올랐음을 갤러리들에게 입증하게 될 것이다.
이수빈 화가는 고이 간 먹을 부드러운 한지에 입히는 기존의 한국화에 판화와 수묵, 흡사 분청을 닮은 색 입히기 기법을 더해 화제가 된 한국화가 이수빈 작가는 한국화의 규율을 벗어나 새로운 개념으로 스며들어간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지난 해 ‘흔적의 기억 : 시간’ 전에서 한국화는 수묵과 담채화 안에서 변화보다는 전통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선입견과 달리, 작품에서 번짐의 미학이라는 한국화의 속성을 역설적으로 재해석한 이수빈 작가는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한 이래 새로운 한국화의 기대주로 등장한 바 있다. 금과 먹, 그리고 호분의 점층 구조로 은은하고 아련하게 배어 나오는 색감의 한국화를 추구하는 이 작가는 ‘기억의 흔적’ 을 ‘흔적의 기억’ 으로 뒤집으며, 금 소재가 지닌 탐욕과 배금주의적 가치에서 그 수단과 가치를 결정하는 방법론인 황금률이라는 철학과 상징적 가치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 작가는 한지의 영혼이자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먹의 농담과 번짐의 성향을 그대로 가져와, 겹쳐진 여러 재료를 거친 금빛이 올라오는 기법을 보여준다. 배경과 밑그림으로부터 위의 장지(壯紙), 순지(純紙), 닥지를 물들여 올라오듯 색을 입히는 기법으로 그림을 완성하게 된 이 작가는 전통 한국화에 잠들어 있던 금맥을 캐냈을 뿐 아니라 한국화의 철학과 기법에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던 것이다. 최근 한국화의 젊은 기대주로 성장하고 있으며 장차 대가의 반열에 오르고자 숙련을 거듭하고 있는 이 작가는, 비움(용(用))을 표현하며 선택의 가치와 일상에서 겪는 ‘왜?’ 라는 질문을 흔적이 남긴 기억의 발자국으로 되짚어 가는 테마를 그려 나가고자 한다. 한국의 전통 미술재료를 성공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의의가 담긴 이번 전시회에서, 이 작가는 스위스 취리히 Gallery SON’s를 통해 유럽에 소개하는 자신의 ‘흔적의 기억’ 연작들로부터 한국화의 새로운 역사를 장식하는 의욕적인 발자국을 찍게 될 예정이다.
김재선 화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인의 정서와 어머니의 푸근함을 동시에 상징하는 고무신을 소재로, 입체적인 콜라주 부조화를 완성하며 전통 한국의 미적 서사를 화려한 오방색의 조화에 담은 중견 한국화가 목원 김재선 작가의 고무신 시리즈 ‘꿈꾸는 방랑자’ 를 선보인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문인화 부문의 초대작가이자, 경남 출신의 김 작가는 전통문인화에서 파격적인 실험성과 고무신이 상징하는 추억과 모성의 이미지를 표현해 왔다. 문인화에서 한지를 적셔 번진 색을 여백의 공간감을 나타내는 데 활용해 왔다면, 김 작가는 한지를 적시고 뭉쳐 조형하는 소조의 기법을 활용해 평면 위에 공감각적인 형상을 만들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다. 회화와 조형의 요소를 각각 가져온 이 현대적인 문인화에서는 백자의 빛나는 광택 대신 닥종이의 투박한 존재감을 살리는 흰색을 택하며 아버지의 검정고무신에 대비되는 어머니의 흰 코고무신이 보여주는 다양한 여정으로 가득하다.
무형문화재 119호인 류행령 한지장인의 한지로 만든 종이죽을 작은 고무신 형상으로 빚어 붙이거나 배열한 이 생기 있는 양감과 음영들은 숱한 발자국으로 어머니라는 대명사가 걸어온 길을 형상화하기도 하며, 숱한 실선으로 표현한 줄에 매달린 고무신으로 토속 기복신앙의 주축인 어머니의 수많은 기원과 희로애락의 삶을 담아낸다. 흰색은 어머니를 닮아 평온하고 온화한 색이기에 하얀 고무신을 만들었다는 작가노트처럼, 김 작가는 붓으로 표현하기 힘들만큼 굵은 주름 같은 어머니의 삶의 자취를 확장시켜 낱낱이 흩어진 고무신의 군집과 흔적들을 나열하거나, 날렵한 코고무신과 태극형상 곡선의 역동성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보다는 얼이 앞서며, 흥겨운 살풀이의 민족인 우리정서가 지닌 색을 한국 고유정신의 일대기로 은유하는 김 작가의 조화로운 걸음은, 이제 호화로운 색보다는 단색 계열의 차분함과 군집 형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조각과 회화의 조화를 추구하는 해외 갤러리에 한국 전통미술의 발전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또한 김 작가는 어머니의 삶에서 신발의 모티브를 얻은 과거의 세계관으로부터, 이제는 고무신이 한국화의 여유와 미적 감각을 즐거이 보여주며 많은 방랑자들을 위한 길동무가 될 수천 가지 발자국을 남기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화에 참신하게 접근한 이수빈, 김재선 작가들의 이번 전시를 통해 한지라는 오브제의 해석과 한국화라는 표현 소재가 더욱 자유로운 방향으로 진행하며, 재료와 안료의 한계를 넘어 현실 속 즐거움을 찾는 현대 미술의 의미를 발전시켜 나가게 되기를 바란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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