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2019년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이 11일 공식 개막에 앞서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미술계 인사와 언론 등에 사전 공개됐다. 커미셔너를 맡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는 예술감독과 참여작가 등 총 4명을 모두 여성으로 선정해 출발부터 화제를 모았었다. 그 ‘바리데기 드림팀’이 완벽한 하모니로 한국 비엔날레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 개방적 공간 구획을 통해 못생기고 좁아터진 한국관의 심리적 면적도 몇 배 확장했다.

한국관은 김현진 예술감독이 전시를 총괄하고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 등 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 주제인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소설 ‘파친코’(이민진 작, 2017)의 첫 문장에서 땄다. 3명의 작가는 장르로서는 영상과 퍼포먼스를 중심축에 두고 각자의 방식으로 ‘딸이어서 버려진 여성’의 역사를 복권하며 과거 한 세기의 역사를 지배해온 서구 중심, 남성 중심의 서사에 균열을 냈다.

제인 진 카이젠은 제주 출신 덴마크 입양아라는 개인적 역사를 바리데기 설화를 매개로 한국 근대사와 버무렸다. ‘이별의 공동체’라는 이 영상 작품을 통해서다. 제주 바다와 물질하는 해녀로 시작하는 영상은 4·3 사건, 남북분단과 비무장지대 등 한국사를 차곡차곡 포갠다. 국가의 무능으로 인해 한국을 떠난 디아스포라, 지뢰에 발목이 잘린 여성 장애인 가장, 양공주 등이 등장한다. 영상은 북한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독일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수년간 찍은 것이어서 밀도가 있다. 샤먼적 요소를 도입해 자연스럽게 다른 시공간과 연결하는 솜씨가 놀랍다.

남화연은 친일과 월북으로 논쟁적 인물이었던 전설적 무용가 최승희의 삶의 궤적을 사유하는 신작 영상작품 ‘반도의 무희’와 실제로 정원을 연상시키는 ‘이태리 정원’을 한국관 밖에 마련했다. 남 작가는 “최승희 춤에 대한 자료가 별로 없었다. 빈약한 자료 탓에 최승희의 춤을 더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승희는 구미 공연을 다녀온 이후 오히려 “나는 동양 춤을 배워왔다”며 오히려 동양 춤을 확장하고자 했던 예술가였다. 그런 최승희를 같은 예술가로서 대면하고자 했다. 한국의 춤, 일본의 노, 중국의 경극을 오로지 발동작만으로 형상화한 연출이 깔끔하다.
정은영은 박정희 정권이 남성 중심의 전통춤을 후원하면서 갑자기 사양길을 걷게 된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다. 2세대 여성국극 남역 배우 이등우 씨와 그 계보를 잇는 다음 세대 퍼포머들의 퀴어 공연 미학과 정치성을 보여주는 다채널 비디오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을 내놨다. 특히 전자음악가 키라라 등 4명의 퍼포머가 선보이는 전자음향과 영상에 펼쳐지는 격렬한 춤 동작은 진지한 접근 때문에 무거워질 수 있는 전시 공간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도 한다.

한국관은 전시 주제와 여성만으로 꾸려진 팀 구성에서 올해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미국 출신 랠프 루고프 총감독(영국 헤이워드 갤러리 관장)의 전시 주제와도 부응한다. 그가 내건 ‘흥미로운 시대에서 살아가기를(May You Live in Interesting Times)’은 ‘난세에 사람으로 사느니, 평화 시대에 개로 사는 게 낫다”는 중국 저주에서 파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문장을 역설적으로 해석해 지금 시대를 난세로 해석하고 생태문제에서부터 여성 장애인 성 소수자 비서구인 등 마이너리티 문제를 예술을 통해 조명하고자 했다.
국가끼리의 경쟁인 국가관 전시는 90개국이 참여했다. 1995년 메인 전시 장소인 자르디니 공원 내 마지막 국가관으로 마련된 한국관은 장소가 협소하고 전시하기 어려운 공간 구조 때문에 악명이 높았다. 올해는 좁은 공간을 3명의 작가가 독자적이면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전시관 바깥의 정원 설치 작품으로 이어지는 동선 구성을 통해 공간의 협소함 문제를 크게 완화했다. 특히 남 작가의 전시 공간은 통유리 창을 통해 외부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였다.

미국 미술 전문매체 아트포럼은 유력 수상 후보로 한국관을 거론하면서 모두 여성으로만 참여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김현진 예술감독이 외부 정원 작품을 가지고 전시관을 솜씨 좋게 감싸는 연출을 선보였다”고 호평했다. 베니스 =글·사진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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