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생 의붓딸을 살해한 30대 남성과 범행에 공모한 피해자의 친모가 피해자를 장기간 학대해 왔을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사건을 피해자의 계부 김모(31)씨와 친모 유모(39)씨가 함께 저지른 계획범죄일 것이라고 보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실제로 친부나 친모가 1명 있고 계부나 계모가 1명 끼어 있는 가정에서 아동 학대 치사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건 계부였지만 친모와 딸 A양(12)의 관계가 절대 화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부부의) 학대는 장기간 존재했을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끔찍한 결과가 있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는 마음일 정도로 관계가 악화됐을 거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읽혔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의 이 같은 분석은 유가족들의 주장과 일치한다. 피해자의 조부모는 30일 유족 조사와 시신 인계절차를 위해 광주동부경찰서를 찾았다가 취재진을 향해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김씨가 손녀를 자주 때리고 집 밖으로 쫓아내는 일이 잦았다고 들었다”며 “유씨는 이를 말리지 않았고 손녀를 학교에 제대로 보내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부부 입장에서 보면 최근 아이를 하나 낳았고 전 남편의 아이인 A양은 끼어들 자리가 없었을 것”이라며 “그런데 전 남편의 아이가 이 3인 가정을 깨기 위한 위기를 유발했고 그게 바로 성추행 신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부는 A양이 결국 자신들의 아성을 깰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사건이 발생하게 된 전반적인 계기에 친모의 영향이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도 했다. 이 교수는 “젊은 남편과의 관계만을 중요히 여기고 전 남편에 대한 앙심이 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며 “딸이 가지고 온 위기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 딸이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배후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김씨가 의붓딸의 시신을 유기한 뒤 집에 돌아오자 유씨가 “수고했다”는 말을 건넨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27일 오후 5시쯤 전남 무안군의 도로변에 주차한 차량에서 의붓딸 A양을 목 졸라 살해하고, 다음날 새벽 광주의 한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이를 공모·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A양은 이튿날 오후 3시쯤 머리에 비닐봉지가 씌워지고 발목에 벽돌이 가득 담긴 마대자루를 매단 모습으로 발견됐다.
광주동부경찰서는 30일 김씨와 유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