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페이커’ 이상혁 “더블리프트, 우승 축하하지만 데이트는 NO”

Է:2019-04-27 08:00
:2019-04-27 08:00
ϱ
ũ
라이엇 게임즈 제공

“올드게이머들에게 애착이 깊거든요. ‘더블리프트’ 선수나, 그런 선수가 왔으면 좋겠는데….”

지난 13일(한국시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자신의 통산 일곱 번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우승을 확정 지은 이상혁은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올라왔으면 하는 상대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더블리프트’ 일량 펭(팀 리퀴드)을 콕 집어 언급했다.

이상혁의 지목은 베테랑 중 베테랑인 ‘더블리프트’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바로 다음날인 14일, ‘더블리프트’의 소속팀 팀 리퀴드는 2019 LoL 챔피언십 시리즈(LCS) 스프링을 제패해 MSI에 합류했다.

“어젯밤 ‘페이커’가 LCK에서 데이트를 신청했어요. 그를 만나러 가야 해요.”

‘더블리프트’는 이상혁과의 재회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LCS 우승 직후 이뤄진 방송 인터뷰에서 “앞으로 내 삶에서 국제 대회에 나갈 기회가 얼마나 남아있을지 알 수 없다”, “그(이상혁)를 만나러 가야 했다”며 이번 데이트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런데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 간절한 데이트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상혁은 지난 19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일단 (더블리프트와의) 데이트는 거절하고 싶다”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결승 현장에서 ‘더블리프트’를 지목하긴 했지만, 사실은 올드 게이머들을 통틀어 얘기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터뷰는 서울의 한 대학가 근처 카페에서 진행됐다. 오픈된 장소였던 터라 이상혁을 알아본 팬 스무명 가량이 인터뷰 장소로 몰려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팬들의 사진·사인 요청이 10분 가까이 이어졌다. 이상혁은 팬의 부탁에 처음부터 끝까지 웃는 얼굴로 응했다. 마지막으로 카페 주인과 ‘인증샷’을 찍은 뒤에야 비로소 그는 팀으로 복귀했다.

국민일보는 당시 인터뷰를 <스타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나의 라이벌은 나 자신뿐… 세계 챔피언 반드시 재탈환”>이라는 제목으로 26일자 지면과 온라인에 게재했다. 그러나 분량 한계와 기사 성격 등의 문제로 인터뷰 과정에서 나눈 이야기를 모두 싣지는 않았다. 이번 기사를 통해 당시 생략했던 내용을 가감 없이 전하고자 한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이번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MSI에서 ‘더블리프트’와 만나고 싶다”고 말한 게 화제였다. 혹시 다음날 LCS 결승에서 ‘더블리프트’가 “‘페이커’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MSI에 가야 한다”고 화답한 걸 알고 있나.

“일단 데이트는 거절하고 싶다. (웃음) 제가 ‘더블리프트’ 선수를 지목해서 말하긴 했지만, ‘더블리프트’ 선수뿐만 아니라 올드 게이머들이 이번 봄에 많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더블리프트’가 섭섭해하겠는데.

“우승은 축하한다고 전해달라.”

-우승날 기자실 인터뷰에서는 “중국 미드보다 한국 미드들이 더 경쟁력 있다”고도 말했다.

“플레이를 해보면 지금 게임 메타에 적응을 잘하는 것도 한국 미드라이너들인 것 같다. 작년과 미드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 외국 경기를 챙겨봐도 한국 선수들이 더 적응을 잘하는 것 같다.”

-올 시즌 내내 꾸준히 폼을 끌어올린 대표적 선수로 거론된다.

“기량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느끼기에 아쉬운 부분이 있다.”

-아쉬운 부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나.

“가장 큰 건 경기력이다.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고,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6년 플레이어스 트리뷴 기고문을 통해 “한때 다른 이들이 날 추월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Not anymore)”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다시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우승한 현시점에서 LoL을 가장 잘하는 선수는 ‘페이커’라고 생각하나.

“그때에 비한다면 제가 생각하는 기준치에는 아직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플레이어를 이야기할 때, 제가 생각할 때는 제가 반드시 들어간다. 아직은 조금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고, 앞으로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답이 나뉠 것 같다.”

-이번 스프링 시즌을 돌이켜봤을 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나.

“사실 별로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없는 것 같다. 가장 최근에 우승을 한 게 기억에 남는다.”

-이로써 7번의 LCK 우승을 달성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은 언제인가.

“워낙 오래돼서 제가 일일이 찾아보지 않는다면 잘 기억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첫 번째 우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많이 화제가 돼 기억에 남는다.”

-결국 돌고 돌아 6년째 ‘페이커 VS 누군가’의 경쟁 구도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본인 생각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이처럼 꾸준하게 기량을 유지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자기관리면에서 어떻게 하면 게임을 하면 잘 풀어나갈 수 있을지, 다음 게임은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를 생각한다. 동기부여도 있지만,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중요하다.”

-컨디션은 파도와 같다는데, 늘 중요한 대회에서 고점을 찍는다는 평가가 있다.

“어떤 선수든 기량이 들쑥날쑥하다. 어떤 스포츠든 예외 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거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도 저는 중요한 대회는 최대한 좋은 습관을 갖고 임하려고 한다.”

-2017년에는 모든 대회 결승에 올라갔는데 마무리가 아쉬웠다.

“2017년에도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못했다. 결승 전날이나 준결승 이후 결승 준비할 때 더 잘할 수 있었던 부분을 되짚어보고, 그런 과정에서 몇 가지 배움을 얻은 게 있다. 지금은 큰 대회가 온다면 굉장히 최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스트레스를 독서로도 푼다고 했는데,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은 없나.

“하도 여러 가지 책을 읽다 보니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는 없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기도 하다. 그래도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수필집)은 재밌게 읽었다. 고전인데 유명한 책이라고 하더라. 미국에서도 교양 책으로 많이 읽는다고 한다.”

-책 띠지가 ‘페이커가 선택한 그 책’으로 바뀌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미 유명한 책이라서….”

-게임 외에 특별한 관심사가 있나.

“별로 없다. 그나마 건강? 요즘 건강에 관심이 생기고 있다. 요즘 목이 뻐근해서.”

-끝으로 인터뷰를 읽게 될 독자와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면.

“늘 응원해주시는 팬분들께 감사하다. 앞으로도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