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동부 군벌 세력인 리비아국민군(LNA)과 서부 통합정부군의 교전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양측의 유혈충돌로 8일(현지시간) 기준 총 50여명이 숨졌고, 수도 트리폴리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던 국제공항마저 LNA의 군사 공격을 받아 운항이 중단됐다.
리비아 보건부는 교전으로 인해 통합정부군 측에서 최소 27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칼리파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LNA 측에서는 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리폴리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던 의사 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리비아 교전 사태가 악화되면서 3400여명이 피란을 떠난 상황이다.
같은날 하프타르 사령관의 LNA는 전투기 1대를 동원해 트로폴리 동부에 있는 미티가 국제공항을 공격했다. 이 공항은 LNA가 트리폴리 국제공항을 장악한 이후 트리폴리에서 유일하게 가동 되던 곳이다. LNA 측은 “통합정부군이 미티가 공항에서 우리를 겨냥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공습을 단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미티가 공항에서 항공기 운항이 수시간 동안 중단됐다.
유엔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리비아 사태 봉합에 나서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트리폴리 주변의 군사적 긴장 고조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양측은) 교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지난 4일 트리폴리를 향한 군사 공격을 시작한 하프타르 사령관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성명 채택은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러시아는 최근 2년간 하프타르 사령관과 접촉해왔다고 중동 매체 알모니터는 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리비아 사태는 리비아인들이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8년 전 시민혁명 ‘아랍의 봄’으로 독재자 무하마르 카다피를 몰아낸 리비아는 이후 여러 무장 세력이 난립하면서 정국 혼란이 이어졌다. 최근 하프타르 사령관의 LNA가 리비아 영토 중 3분의 2 이상을 장악하는 등 영향력을 넓히면서 이들과 유엔 지원을 받는 통합정부군과의 교전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특히 LNA가 수중에 넣은 지역 중에는 일일 100만 배럴 정도의 원유를 생산할 수 있는 유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프타르 사령관이 이번 공격을 감행한 이유도 수도 트리폴리를 장악해 리비아의 통치세력으로 인정받은 뒤 석유 수출을 꾀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