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에서 4일 발생한 큰 산불로 피해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도 최근 들어 빈번하게 나고 있는 대형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불 발생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미 캘리포니아주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 ‘캠프파이어’는 89명을 숨지게 하고 6만2000ha 가량을 태웠다. 5일 기준 강원도 산불 피해지역의 160배에 이른다. 이 산불은 캘리포니아 주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및 재산피해를 냈으며, ‘100년 이래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고성 산불은 앞서 발생한 캘리포니아 화재와 몇 가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성 산불이 초속 20m의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번진 것처럼 캘리포니아 캠프파이어도 시속 48~80km의 거센 바람 탓에 초기에 불길이 잡히지 않아 피해 규모가 커졌다. 초기 진화율은 한동안 5~20%에 불과했다.
희생자들이 대피하는 와중에 불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도 두 산불의 공통점이다. 고성 산불으로 사망한 시민 2명은 모두 화재에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캘리포니아 화재 당시에도 대피에 실패한 희생자들이 불에 탄 승용차나 도로 위에서 발견됐다.
지난해 7월 그리스 아테네 해안 도시 마티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100명 가량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다. 희생자 중 유아와 어린이도 다수 포함돼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북유럽 국가 스웨덴에서도 유례 없는 더위로 지난해에만 산불이 50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폭염, 건조한 날씨 등으로 산불 발생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화재 진압 작업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원영동 지역은 3일 건조주의보가 내려졌고 현재 건조경보가 발효 중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미 국가기후평가(National Climate Assessment)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전역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에 따르는 피해 규모가 더욱 커졌다. 아테네 마티 산불 사태 당시에도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말라버린 초목들에 불이 급속하게 옮겨 붙으면서 피해 규모가 늘어났다고 BBC방송은 보도했다. 제리 힌클 기후정책전문가는 “기후변화는 최근 들어 산불 발생 및 피해를 증대시키는 주요 원인”이라며 “기후변화로 인한 건조한 날씨로 초목이 말라버리면서 산림은 화재에 더 취약해진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는 산불로 피해를 입은 산림 복구도 어렵게 만든다. 미 몬태나 대학의 산림보존연구팀은 최근 20년 간 연간 기후와 화재로 소실된 산림 복구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복구율이 온도와 습도, 토양 수분 함량 등에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을 이끈 킴벌리 데이비스 교수는 “산림의 회복 능력은 연간 기후 조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초목이 덥고 건조한 날씨에 특히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최근 기후변화가 산림에 끼치는 악영향은 점점 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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