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슈맞짱> 주제는 ‘5·18 비하 금지 특별법’(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지난달 22일 5·18민주화운동 비하 발언 등을 처벌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공동 발의했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토론회나 집회에서 5·18을 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최대 징역 7년이나 7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5·18 유공자인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 법에 적극 찬성하며 공동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 의원은 “특정 역사 사실을 부정하는 것에 대해선 시민사회의 자정 능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미 우리 사회는 그 한계를 넘어섰다”며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와 가짜뉴스를 남발하는 것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5·18 비하 금지 특별법은 오히려 광주 정신을 배신하는 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소속임에도 개인의 신념에 따라 공동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하 의원은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일반 시민까지도 처벌하자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크게 침범하는 것“이라며 ”이건 파시즘”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두 의원은 5·18 유공자 명단 공개 여부, 5·18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대상에 ‘북한군 개입설’을 포함하는 것 등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는데요, 한번 보시죠.
①5·18 폄훼 논란 당사자인 자유한국당 이종명·김순례·김진태 의원에 대한 징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최경환=한국당이 황교안 당대표,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가 되면서 급격히 우경화되고 있다. 5·18 폄훼 발언, 최근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발언이 그 증거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나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리울 정도다. 김 전 원내대표는 5·18 진상규명 특별법을 합의처리했고, 김 전 비대위원장은 망언 당사자인 이종명 의원을 제명했다. 5·18 당시 시민군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 이런 분들에게 망언한 국회의원 징계를 어떻게 미룰 수가 있나.
하태경=한국당의 창당 주역 중 한 명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5·18 특별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당의 의원들이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완전히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당연히 당 차원의 징계 조치가 있어야 한다. 당이 김순례, 김진태 의원에 대해서 계속 뭉개고 있는데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면 민주정당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②여야 4당이 발의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생각은?
도 넘은 왜곡 형사처벌 vs 형사처벌은 민주주의 위배
최경환=5·18 왜곡은 한국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지만원씨와 태극기 부대가 북한군 개입설을 일상적으로 주장하고, 일베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 왜곡 날조 행위가 빈번하게 벌어진다. 독일에서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법을 도입한 뒤 검거된 사람들의 면모를 봤더니 놀랍게도 소년범들이 많았다고 한다. 과거의 역사를 모르던 청소년들이 인터넷의 선동에 편승해서 글을 쓰다가 적발된 것이다. 지금 그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형사처벌 조치가 필요하다.
하태경=5·18 특별법이야말로 광주 정신을 배신하는 법이다. 광주 정신이 민주주의 하자는 것 아닌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막지 말고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일반 시민까지도 처벌하자는 법이다. 누군가 특정인을 명예훼손했다면 형법으로 처벌하면 된다. 그런데 역사적 사실에 대해 다른 견해를 표출했다고 해서 그걸 처벌하자? 광주시민들부터 이 법을 반대해야 한다. 만약 중대한 역사적 사실 왜곡을 처벌한다고 하면 오히려 한국전쟁이 남침이 아니라 북침에 의해서 벌어졌다는 주장을 처벌해야 한다. 한국전쟁 북침설은 국가의 명예가 훼손당한 것이지만, 광주는 국가가 아니라 사회 안에서 벌어진 일 아닌가.
③독일의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법’의 한국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왜곡 내버려두면 5·18 부정이 된다 vs 명백히 다르고 남용하는 것이다
최경환=북한군 개입설은 5·18의 성격을 바꿀 수도 있다. 북한군 개입설이 퍼지다 보면 신군부 일당과 계엄군이 공권력을 이용해서 시민들을 학살하고 인권 유린 행위를 했다는 것이 정당화될 수도 있다. 그게 5·18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태경=명백히 다르다.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법은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것을 처벌하는 법이다. 당시 광주에서 시민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학살당했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나? 지만원은 광주 학살은 있었는데, 거기에 북한군이 들어왔다고 하는 거다. 5·18 특별법은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법을 남용하는 것이다.
④해당 법이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막는다는 주장도 있는데.
표현의 자유가 타인 권리 침해해선 안 돼 vs 각종 ‘처벌법’ 쏟아질 것
최경환=헌법 21조 4항에 따르면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돼 있다.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의미다. 민주주의 사회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하지만 그것이 법적인 테두리를 넘어서는 표현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하태경=5·18 특별법이 통과된다면 각종 ‘처벌법’ 주장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등장하게 될 것이다. 한국당이 “5·18 특별법이 통과됐으니 우리는 박왕자 금강산 피살사건 왜곡 처벌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선다면 민주당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그 법대로라면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나. 민주당 사람들이 그렇게 절규하던 민주주의가 사라지는 것이다. ‘나는 네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네가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옹호한다’는 말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라면 그것이 설사 잘못된 주장이라 하더라도 공론의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소거되도록 하는 게 맞는 것이다. 물론 특정인을 명예훼손하는 것은 안 된다. 그건 지금 형법으로도 충분히 처벌받을 수 있다.
⑤5·18 특별법의 향후 처리 전망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야 vs 합의처리는 산 넘어 산
최경환=최근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안건의 신속처리) 논의가 진행 중인데, 5·18 특별법도 가능하면 패스트트랙 연계 법안으로 엮여서 함께 처리돼야 한다. 우리 평화당은 5·18 특별법이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되지 않으면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태경=일단 5·18 특별법이 패스트트랙 연계 법안으로 묶이는 것에 반대한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긴 했지만, 당내에서 분명히 이견이 있었던 주제고 당론은 결단코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나를 비롯한 반대 입장에 서 있는 의원들이 반대하면 합의처리가 안 될 거라고 본다.
⑥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생각은?
숨길 이유 없어 vs 의도가 뻔히 보이는 술수
하태경=5·18 유공자뿐 아니라 국가유공자는 다 공개해야 한다. 유공자는 국민들의 모범이 되는 사람이다. 그걸 널리 알려야지, 숨길 이유가 하등 없다.
최경환=물론 5·18 특별법 등이 통과된다면 백번 양보해 유공자들을 한 명 한 명씩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본질을 놔두고 무조건 ‘명단을 공개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의도가 뻔히 보이는 술수다. 그리고 유공자 명단은 광주 상무지구 기념관에 쭉 새겨져 있다. 직접 와서 보면 된다. 이들을 하나하나 따져보겠다는 것은 가족·부모·형제를 잃은 그 사람들을 두 번 죽이는 거나 다름없다.
하태경=내가 5·18 유공자 단체에 물어봤더니 대다수가 공개에 찬성하던데.
최경환=그리고 명단 공개는 엄연히 위법이다.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며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태경=그것은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다. (공개가 가능하도록) 현행법을 바꿔야 한다.
⑦5·18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대상에 ‘북한군 개입설’을 포함해야 하나?
포함 안 하면 지만원에게 면죄부 vs 이미 근거 없음이 밝혀져
하태경=민주당이 발의한 5·18 진상규명법 개정안에 따르면 북한군 개입설, 북한군 개입 가짜뉴스 조사 등이 모두 빠져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가짜뉴스 조사까지 빼면 안 된다. 이걸 빼는 것은 지만원씨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이들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
최경환=이미 북한군 개입설은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미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날조된 사실들의 뿌리가 어디인지 밝혀지고 있지 않나. 바로 전두환이다. 전두환이 1980년 5월 당시 ‘불순세력의 폭동’이라고 주장하지 않았었나. 여기서 말하는 불순세력이 바로 북한이다. 전두환 신군부가 당시 왜곡한 사실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다.
⑧상대방을 향한 마지막 한마디
최경환=5·18은 법적으로 행정적으로 정리된 문제다. 헌정질서를 되돌리는 최근 행태들이 심히 유감스럽다. 역사와 인간 앞에서 겸손해졌으면 좋겠다. 허위사실은 바람처럼 번져나가지만 진실은 비틀거리며 절뚝거리며 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진실은 반드시 나타나고 규명되리라고 본다. 실제로 주변에 “내 친구는 죽었는데 나만 살았다”고 트라우마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도 지금 미국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죄의식 때문에 유공자 신청도 안 하고 있다.
하태경=특정한 역사적 사건에 대해 기분 나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다 감옥에 집어넣자고 하는 것은 파시즘이다.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해선 계속 반박하고 팩트를 새롭게 알려줘야 한다. 무엇보다 학교 교육이 중요하다. 5·18을 왜곡하는 이야기를 했을 때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들이 역사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18의 진실을 좀 더 국민들에게 알리는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신재희 심우삼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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