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근육량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활동량도 적어지면서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 관상동맥 질환의 위험을 높이며 그로 인한 사망률 역시 증가하는 등 근육 감소는 심혈관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근육 감소를 나타내는 지표로 일정하게 쓰이는 기준이 없다. 개개인의 성별·연령·키·체중에 따라 정상 근육량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에서 특정 한 가지 지표로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를 정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근육량 대비 복부 지방량’이라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근육량에 비해 배에 낀 지방량이 많으면 고혈압이나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병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김주영 교수팀은 근육 감소를 나타내는 여러 지표 중 한국인에게 발생하는 심혈관질환의 위험 요인을 가장 잘 반영하는 지표를 찾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008~2011년 한국인 1만7870명을 대상으로 사지 근육량을 (1) 키, (2) 체중, (3) 체질량 지수(BMI·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 (4) 체지방을 보정한 지표, 그리고 (5) 근육량과 복부지방의 비율 총 5가지 지표로 나눠 비교했다. 아시아태평양 기준으로 BMI는 25 이상일 때 비만, 30 이상일 때 고도비만에 해당된다.
그 결과, 비만도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나타내는 지표에 차이를 보였다. 먼저 BMI가 30 미만으로 고도비만이 아닐 때 심혈관질환을 잘 나타내는 지표는 ‘근육량 대비 복부지방량’으로 확인됐다.
즉, 근육 자체의 양이 줄어들 때보다는 근육량에 비해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돼 있을 때 심혈관질환의 위험도와 유의한 관련이 있었다. 연구팀은 또 근육량과 복부 지방의 비율이 정상체중군의 심혈관질환을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달리 BMI가 30 이상으로 고도비만인 경우에는 ‘키로 보정한 근육의 절대량’ 지표가 심혈관질환의 위험도를 더 잘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주영 교수는 19일 “허리둘레와 같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비만도의 기준만으로 심혈관질환을 평가하면 저체중이나 정상체중에 있는 사람에게 발생하는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간과하기 쉽다”면서 “일례로 아시아인은 서양인에 비해 비교적 낮은 체질량지수를 보임에도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정상체중군에 속하지만 대사학적으로는 비만인 위험군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될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