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올 시즌 그라운드를 누빈 시간은 총 3426분이다. 43경기를 뛰며 가장 많이 선발로 나섰다. 이는 주장인 세르히오 라모스(39경기)보다 더 많은 수치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6경기를 포함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경기, 코파 델 레이(국왕컵) 6경기, 클럽 월드컵 2경기, 유로피언 슈퍼컵 1경기를 뛰었다. 지난 1월 부상으로 잠시 전력에서 이탈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모두 경기에 나선 셈이다.
벤제마는 위기에 빠진 팀을 짊어지고 있다. 레알은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2009-2010 시즌 이후 9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은 레알의 현 상황을 보여준다. 네덜란드 아약스 원정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했지만 지난 6일 홈경기에서 1대 4로 대패해 8강 진출권을 빼앗겼다. 레알이 유럽 대항전에서 원정 1차전을 이기고도 홈에서 역전패해 탈락한 전례는 한 번도 없었다.
주장 라모스가 훈련장에서 모인 선수단을 다잡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여전히 위기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주축 공격수 가레스 베일의 부진과 이적설, 산티아고 솔라리 감독의 책임론에 따른 경질설까지 여러모로 팀이 시끄럽다. 과거 팀을 지휘했던 주제 무리뉴가 복귀할 것이라는 현지 매체의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외부가 극도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라커룸 내 상황이 좋을 리가 없다.
레알은 11일 새벽 4시45분(한국시간) 레알 바야돌리드와 프리메라리가 27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가 솔라리 감독의 마지막 경기라는 예측도 나온다. 솔라리 감독의 거취와 관련 없이 하향세를 타고 있는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벤제마의 활약이 절실한 이유다.
팀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들쭉날쭉한 성적을 반복하고 있지만 벤제마의 활약은 나쁘지 않다. 모든 대회 포함해서 20골 5도움을 기록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 기록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탈리아 유벤투스로 떠나가며 그라운드 위에서 역할이 변화된 만큼 공격진 중 유일하게 제 몫을 해내고 있다.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베일은 34경기를 뛰었지만 절반 가까이 부상 위험으로 교체 출전에 그쳤다. 프리메라리가에서의 성적도 초라하다. 단 7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최근 측면을 책임졌던 신예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마저 부상으로 이탈한 만큼 믿을 이는 벤제마뿐이다. 레알에서 10시즌을 보내며 라모스와 마르셀루에 이어 고참에 속하는 그다. 베테랑의 진가는 위기에서 발휘되는 법이다.
송태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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