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핀 원거리 딜러 ‘바이퍼’ 박도현이 시즌 최고의 명승부를 연출한 소감을 밝혔다.
그리핀은 8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SK텔레콤 T1과의 2019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정규 시즌 2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대1로 역전승했다. 마지막까지 엎치락뒤치락했던 경기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 백도어 공격을 성공시켜 최종 승자가 됐다.
경기 후 국민일보와 만난 박도현은 여전히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진줄 알았던 경기에서 이겼다. 이기고 있던 경기를 내줬다가 다시 이겨 다행”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팀원들이 넥서스를 치고 있을 때가 돼서야 승리를 직감했다. 저는 상대방이 귀환하는 걸 저지하고 있는데 넥서스를 부수고 있더라”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두 차례에 걸친 넥서스 테러 끝에 거둔 승리였다. 첫 공격에서 요릭이 쌍둥이 포탑을 철거하는 대가로 에이스를 내줬다. 그리핀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이후 상대가 내셔 남작을 사냥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이들은 순간이동과 이블린을 활용한 백도어 공격으로 간신히 상대 넥서스를 헐었다.
“첫 공격에서는 ‘끝낼 수 있다’는 콜이 나와서 (본대가) 시간만 끌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블린이 자크에게 퉁겨져 죽었고, 그때는 ‘망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공격에서는 누구의 콜이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비슷한 의견을 냈다. 어차피 5-5 교전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지 않았기에 상대 넥서스만 부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블린이 은신이 되니 순간이동으로 넥서스를 부수면 된다고 생각했다.”
박도현은 “이겨서 기쁘긴 하다”면서도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불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이기고 있던 경기를 질 뻔했다. 결과를 따지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긴 한데,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성질이 있다”며 “유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져 내셔 남작 버프를 내줬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조금 더 깔끔하게 끝낼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날 1세트 패인으로는 귀환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던 것이 컸다고 박도현은 복기했다.
“상대가 순간이동을 믿고 집에 귀환하는 게 뻔히 보였다. 그때 라인을 밀었어야 했는데 집에 갈 타이밍을 놓쳤다. 원론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상대가 B.F. 대검을 갖추기 전에 귀환 타이밍을 잡든가, 정글러를 불러서 귀환했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을 못 했다. 그게 좀 컸던 요인이었다.”
1세트가 끝난 후 절치부심한 그리핀은 2세트 초반 깔끔한 바텀 다이브를 성공시켜 복수했다.
“각(角)이 나오면 (다이브를) 하자는 생각은 다들 하고 있었다. 다이브라는 게 하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게임을 하면서 라인 상황이나, 상대방의 체력, 마나, 스킬 상황 같은 게 중요하다. 그런 게 잘 맞아떨어지면 성공할 거로 생각했고, 그 각을 본 사람이 다이브를 하자고 말해서 시도했다.”
박도현은 2세트와 3세트, 연속으로 칼리스타를 골랐다. 박도현은 “칼리스타를 라인전에서 찍어누를 수 있는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먼저 픽하기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며 “라인전 주도권을 쉽게 가져올 수 있으면서 게임 스노우볼을 빠르게 굴릴 수 있다. 다이브 능력이 좋기도 하고, 초중반 합류 싸움에서도 활약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해 골랐다”고 픽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그리핀은 약 보름 만에 실전 경기를 치렀다. 지난달 22일 kt 롤스터와의 2라운드 대결 이후 ‘뜻밖의 휴식’을 취해온 그리핀이다. 박도현은 2주간의 공백과 관련해 “개인적으로는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긴 했다”며 “길게 대회 경기를 치르지 않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감을 잃었다. 전략을 숨기기에는 좋았지만, 그러기에도 2주는 좀 과하지 않았나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긴 순간은 굉장히 기뻤는데 경기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역시 감을 잃었나’하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잘해야 하는 건 맞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향이 정말 미세하다고 생각해서 크게 연연하지는 않았다.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울러 시즌 중 가장 어려운 경기를 펼쳤던 것 같다는 질문에 박도현은 “솔직히 말하면 조금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상대방과 치열하게 치고받으며 경기를 펼쳤지만, 우리는 우리의 실력을 다 보여드리지 못해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박도현은 10일 샌드박스 게이밍전에서는 보다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오늘 같은 게임이 또 나온다고 장담 못 한다. 그러므로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할 거로 생각한다. 유리했던 게임을 그렇게 뒤엎었으니 스스로 넘어진 꼴이다. 그게 샌드박스전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경기력을 보완하고, 대회에 잘 적응해서 시즌을 잘 마무리할 생각이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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