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수는 2008년 데뷔전 후 햇수로만 12년째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활동 중이다. 이제는 노장 반열에 오를법한 시간이지만 그에겐 늘 ‘도전’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무려 일곱 차례 메이저 대회(1티어급) 결승에 오르고도 우승컵을 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숙원을 이뤘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더 앞으로 가겠다고 했다.
어윤수는 3일(한국시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진행된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 시즌13 스타크래프트2 결승전에서 김대엽을 4대 2로 꺾었다. 이날 우승으로 어윤수는 상금 15만 달러(약 1억6800만원)와 함께 연말 진행되는 WCS 글로벌 파이널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칠전팔기(七顚八起). 어윤수는 7번 넘어지고 8번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 전(前) 어윤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결승전 외 경기에서 독보적인 수준의 플레이를 하다가도 정작 결승 무대에만 오르면 제 경기력이 안 나온 어윤수다.
어윤수의 ‘준우승 레이스’는 스타크래프트2 두 번째 확장팩 ‘군단의 심장’부터 시작됐다. 2013년 열린 WCS 코리아 시즌3에서 처음 결승에 올랐지만 백동준(dear)에 2대 4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어윤수의 경기력은 꾸준히 최상위권이었기에 언제든 우승컵을 들 수 있을 거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어윤수는 다음해 열린 GSL 시즌1에서 다시 결승 무대를 밟았다. 그러나 당시 무적 포스를 뿜었던 주성욱(zest)를 상대로 3대 4 패배를 당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어윤수의 준우승 릴레이가 시작됐다. 꾸준했지만 뒷심이 아쉬웠다. 2014 GSL 시즌2, 시즌3에서 잇달아 결승전에 진출하며 3시즌 연속 결승 진출의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전성기를 구가하던 김도우(classic), 이신형(innovation)에게 잇달아 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어윤수가 다시 메이저 대회 결승전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7년 초다. GSL 시즌1에서 결승전에 오르며 숙원을 이루는가 했지만 김대엽(stats)에 패했다. 어윤수는 좌절하지 않았다. 곧바로 다음 시즌(gsl 시즌2)에도 결승에 오르는 기지를 발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고병재(gumiho)에게 패했다. 같은 해 WCS 글로벌 파이널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동족전에서 이병렬(rogue)에 무릎을 꿇었다.
뚝심의 사나이 어윤수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올해 IEM에서 비로소 우승에 닿았다. 결승전에서 어윤수는 1, 2세트를 잇달아 내주며 악몽이 재현되는 듯 했다. 그러나 숱한 좌절 속에서 열정을 불태운 그에겐 이러한 상황이 익숙했다. 이후 네 세트를 내리 따내며 결국 우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인간승리’라는 네 글자가 어울리는 그의 행보다.
‘하…’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깊은 한숨을 내쉰 어윤수는 이내 호흡을 가다듬고 소감을 말했다. “올해가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우승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이날 1, 2세트를 내리 내준 상황에 대해 어윤수는 “이번에도 안되는구나 싶었고, 나의 한계는 여기까지인가 했는데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면서 눈물을 훔쳤다.
그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까지 기다려준 팬들께 감사하다. 아직 끝이 아니다. 계속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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