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대학생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전달책’ 역할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에게 3000만원을 건네받기 전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 남성은 데이트 비용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26일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 전달책으로 활동하며 수수료를 챙긴 혐의(사기 및 사기 미수)로 대학생 강모(22)씨를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지난 15일 피해자 김모(32)씨를 속여 3000만원을 챙기려다 은행과 경찰의 신속한 대처로 검거됐다. 경찰은 강씨가 이미 4차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해 2250만원을 전달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당시 김씨는 “계좌가 도용됐으니 돈을 빼서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전달하라”는 전화를 받고 서울 성동구의 한 은행으로 향했다. 은행 창구 직원은 통화를 하며 큰 돈을 찾으려는 김씨를 보고 ‘보이스피싱 범죄가 의심된다’고 경고했다. 그제야 김씨도 피해 사실을 인지했고, 직원은 곧장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김씨가 통화를 이어가도록 필담으로 대응 방법을 설명했다. 전달책을 유인해 현장에서 검거할 계획이었다. 강씨는 경찰이 잠복한 지 2시간가량 지나서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강씨는 정장을 착용하고 위조 공문서를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은 강씨가 위조된 서류를 꺼내며 피해자에게 돈을 받으려는 순간 현장을 덮쳤다.
조사 결과 강씨는 ‘고액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이달 초부터 범행에 가담했다. 보이스피싱 총책 A씨가 피해자에게 연락을 취하고, 강씨는 중국 메신저 ‘위챗’으로 지시를 받는 구조였다.
경찰은 두 사람의 대화 기록을 통해 강씨가 4차례 현금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사건들은 각 관할 경찰서에서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만 접수된 채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강씨는 “수수료 3%를 받아 데이트 비용에 사용하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검거 당시 강씨가 들고 있던 쇼핑백에선 대포통장 및 불법자금 범죄를 수사 중이라는 내용의 위조 서류 32장이 발견됐다.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범죄에 매뉴얼대로 대처한 사건”이라며 “검거에 도움을 준 은행 측에 감사패와 신고보상금 전달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총책 A씨 등 나머지 조직원을 검거하기 위해 수사 중이다.
이성문 기자 starga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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